상하이 상강 김주영이 쓰러졌는데 박수-야유가 동시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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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벌 선화 팬들 은밀히 전북 응원, 생각 밖 우군 있었네

[이성필기자] "관중석에서 야유하는 팬들은 상하이 상강 팬이 아닙니다."

23일 중국 상하이의 상하이 스타디움. 2016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8강 1차전 상하이 상강-전북 현대전에서는 이채로운 장면이 포착됐다.

전북 권순태 골키퍼가 후반 9분 루웬진의 날카로운 프리킥을 몸을 날려 선방하자 관중석 어디선가 박수가 터져 나왔다. 37분 상하이 수비수로 뛰고 있는 김주영이 골대 근처에서 다리 근육 경련을 일으켜 넘어져 시간이 흐르자 관중석에서는 야유가 나왔다.

이날 전북 팬들은 총 100여명이 원정 응원을 왔다. 서포터 M.G.B에서 60명 정도가 왔고 개별 합류 인원을 포함하면 100여명이었는데 3만8천여 상하이 홈 관중과 비교하면 중과부적이었다. 전북 응원단이 목소리를 내도 거대한 함성에 묻히는 것이 당연했고 실제 잘 들리지도 않았다.

알고보니 홈팀 상하이를 향한 야유는 관중석 곳곳에 산개해 관전하던 지역 라이벌 상하이 선화 팬들과 옌볜 푸더를 응원하는 상하이 거주 조선족 팬들이었다고 한다.

실제 경기 종료 후 퇴장하는 관중 사이에 상하이 상강의 빨간색 유니폼을 벗고 안에 있던 상하이 선화의 파란색, 옌볜 푸더의 빨간색 유니폼을 입고 가는 팬들의 모습이 곳곳에서 목격됐다. 이들은 조직적으로 상하이 상강의 위협적인 플레이나 시간 지연에 야유(?)하는 등 독특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투혼을 발휘한 김주영이 박수와 야유를 동시에 받아 의아했는데 궁금증이 풀린 것이다.

중국 슈퍼리그 사정에 밝은 한 관계자는 "옌볜 팬들은 상하이 상강과 경기가 끝나면 핸드폰 플래시로 자신의 존재를 알린다. 일종의 암호인 셈인데 축구를 워낙 좋아해 그렇다. 또, 곳곳에 선화 팬들도 상강 경기를 관전한다. 자신들이 응원하는 팀이 나가지 못했던 챔피언스리그에 동생 팀격인 상강이 나가 8강까지 진출해 있으니 배가 아플 것이다. (상강에 대한) 야유 분위기는 선화 팬들이 만든다"라고 전했다.

지난 4월 6일 상강은 일본 오사카 스티아 스타디움에서 감바 오사카(일본)와 치른 원정경기에서 2-0으로 이겼다. 그런데 관중석에서는 소란이 일어났다. 선화 팬들 일부가 오사카까지 원정을 와 상강 팬들과 주먹다짐을 했기 때문이다. 상강을 비하하는 응원 현수막까지 내걸어 일본 보안 요원들이 깜짝 놀라기도 했다.

상강이 2006년 창단한 신생팀인 반면 선화는 1995년 창단해 역사가 있는 팀이다. 선화 팬들은 전통 면에서 상강이 비교가 되지 않는다는 대단한 자부심을 갖고 있고, 상강 경기 때 상대팀 응원으로 선화에 대한 애정을 발동한다. 지난해 상강이 슈퍼리그 2위를 한 반면 선화는 6위에 그쳐 챔피언스리그 진출권을 뺏겼다는 상대적인 박탈감이 크다고 한다.

팬층도 다르다. 상강은 신흥 부호들과 유럽 축구에 눈을 뜬 젊은 팬들이 많은 반면 선화는 순수 상하이 거주민과 나이가 있는 중국 골수 축구팬들을 중심으로 뭉쳤다고 한다. 이 관계자는 "아마 상강의 전북 원정에도 선화 팬들이 나타나지 않을까 싶다. 전북이 그라운드 밖에서 곤혹스런 일을 보기 싫으면 팬 관리를 잘 해야 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올 시즌 현재 상강은 슈퍼리그 4위(승점 38점), 선화(40점)는 3위로 막상막하의 실력을 보여주고 있다. 챔피언스리그에서 상강이 나쁜 성적을 낼수록 선화 팬들의 입꼬리가 올라가게 되는 셈이다.

조이뉴스24 상하이(중국)=이성필기자 elephant14@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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