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뉴스24 박진영 기자] 류승완 감독부터 조인성을 비롯한 배우들까지, 현장은 무척이나 편안하고 즐거웠겠지만, 오롯이 캐릭터로서 몰입해 연기하는 순간에는 부담이 되고 힘겹기도 했을 테다. 박정민은 '휴민트' 촬영 당시 느낀 감정을 꽤 솔직하게 고백했다. 특히 후반부 자신에게 실망했고 창피했던 순간이 있었음을 털어놓기도 했고, 침묵하는 캐릭터에 고민도 많이 했다고 전했다. 너무나 추웠던 탓에 엔딩 신에서 떨고 있던 모습은 연기가 아니라 진짜 추웠기 때문이라는 말도 잊지 않았다. 이런 고난의 과정을 거쳤던 덕분에 '휴민트' 속 박정민은 지금껏 본 적 없는 새로운 얼굴을 장착하고 액션과 멜로, 모든 지점에서 관객의 마음을 꽉 사로잡을 수 있었다. '멋짐'은 기본이고 '섹시'까지 장착한 박정민의 무한 변신이 어찌 반갑지 않을 수 있을까. '휴민트'로 인생작, 인생 캐릭터를 새로 쓴 박정민이 또 앞으로 얼마나 멋진 성장을 이뤄나갈지 계속 기대하게 된다.
오는 11일 개봉되는 영화 '휴민트'(감독 류승완)는 비밀도, 진실도 차가운 얼음 바다에 수장되는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서로 다른 목적을 가진 이들이 격돌하는 이야기다. 연출을 맡은 류승완 감독을 필두로 조인성, 박정민, 박해준, 신세경까지 합세해 강력한 시너지를 완성했다.
![배우 박정민이 영화 '휴민트'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샘컴퍼니]](https://image.inews24.com/v1/41c22e8b1226b5.jpg)
박정민은 북한 국가보위성 조장 박건 역을 맡았다. 매사 냉철한 판단력과 기민한 움직임을 바탕으로 성과를 쌓아온 그는 작전 지역에서 채선화(신세경)와 마주치는 순간 마음에 균열이 일기 시작한다.
그는 온몸을 내던지는 거친 액션으로 강렬함을 뿜어내는 동시에 오직 선화를 지키기 위해 돌진하는 '직진 사랑꾼'으로 변모해 지금까지 본 적 없는 얼굴을 보여준다. 사랑을 위해서라면 목숨까지 내걸 정도로 처절하게 싸우고 달려나가는 박정민의 처절한 멜로에 개봉 전부터 극찬이 쏟아지고 있다. 다음은 박정민과 나눈 일문일답이다.
- 멋있어 보이기 위해, 외적으로도 준비한 것 같은데 어떤 과정을 거쳤나?
"러닝을 위주로 했다. 살을 뺀다기보다는 여백을 정리한다고 하는데, 붓기를 좀 뺐다. 살은 빠져 있는데 러닝을 하고 갈 때와 아닐 때 얼굴의 형태가 다르더라. 림프가 막혔나 보다. 아침이든 저녁이든 뛰고 촬영하고 그렇게 준비를 했다. 저도 저인데 촬영 감독님, 조명 감독님이 크랭크인 전에 제작사 사무실로 저를 불러서 제 얼굴을 360도로 다 찍었다. 이 조명이 들어올 때, 자연광일 때, 머리를 깠을 때 등등 수많은 데이터를 남겼다. 이 각도에서 예쁘고, 이 앵글에서 남자답다는 식으로. 오죽했으면 그랬겠나.(웃음) 조명 감독님과는 '뉴토피아'를 같이 했는데 이번엔 멋있게 나오게 해야 하니 가장 멋있는 앵글을 써주시려고 노력을 많이 해주셨다."
- 류승완 감독이야 워낙 유명하고 능력 있는 감독이긴 하지만, 불러만 주면 같이 하는 것이 의리로 느껴지기도 한다. 류승완 감독 작품을 꼭 하게 되는 이유가 있다면?
"안 한 것도, 못한 것도 있다. 하지만 비교적 마음이 열려 있는 건 사실이다. 좋아하는 감독님이자 제작사다. 인연이 깊다. 제가 어렸을 때, 20대 중반에 아무것도 아닐 때도 중요한 역할을 주고 믿어주는 누군가에게 마음이 더 많이 가는 건 어쩔 수가 없다. '내가 도움이 될 수 있다면'이라는 생각에 조금 더 마음이 열려있는 건 맞다. 아쉽게도 할 수 없었던 것이 있었기도 했지만, 웬만하면 류승완 감독님과 합이 잘 맞아서 무엇을 해도 재미있게 나올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연출하시든, 제작하시든 잘 나올 거라는 믿음이 있다. 외유내강 작품 중에 실망스러운 결과물을 받았던 적은 아직 없다."
![배우 박정민이 영화 '휴민트'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샘컴퍼니]](https://image.inews24.com/v1/a5a7b4340ea107.jpg)
- 청룡영화상을 뜨겁게 달궜던 화사와의 작업도 그렇고 이번 '휴민트'에서도 그렇고 음악이 연관되어 있다. 이 두 음악이 어떤 느낌인지도 궁금하다.
"화사 씨의 'Good Goodbye'는 너무 좋은데, 이젠 듣지 않는다. 너무 많이 들었다. 전주만 듣고 맞힌다고 하면 제가 제일 빨리 맞힐 정도다. 화사 씨에게도 복덩이 같은 노래일 거다. 저겐 뜻깊고 선물 같은 노래라 그저 고맙다. 찾아 듣지는 않지만 가끔 들리면 기분 좋게 듣는다. 신세경 씨의 '이별'도 공통점이 있다. 두 곡을 엄청 흥얼거렸다. 그런 매력이 있던 음악이다. '이별'을 처음 들었을 때는 '노래 왜 이렇게 잘해?', '사투리로 노래를 하네'였다. 영화를 보고 들었을 때는 마음이 많이 아팠다. 이 노래의 진가를 촬영할 때 알았으면 더 애절하게 나왔을까 싶다. 세경 씨의 '이별'이 참 좋더라. 그러고 보니 둘 다 이별하는 노래다."
- 액션은 직접 한 것이 많았나?
"얼굴이 나오는 건 직접 하지만 위험한 건 당연히 못 한다. 계단에서 떨어지는 것도 못한다. 그게 라트비아에서 첫 촬영이었는데 잘못했다가는 부러질 수가 있다. 육박전 같은 건 했다."
- 처음 등장할 때 다트를 던진다. 이것도 연습을 많이 했나?
"그 장면은 준비할 수 있는 게 단 하나도 없었다. 사람에게 꽂는 게 아니기 때문에, 다트를 하는 내 몸 모양새와 대사톤 정도만 생각하고 현장에서 만들어야 했다. 조명도 몰랐다. 물론 콘티로는 알고 있었지만 정확하게는 알 수 없었고 첫 등장이니까 그날 그 신을 다들 엄청 열심히 찍겠구나 하는 예감이 있었다. 어영부영 나오는 것이 아니라 어둠에서 훅 나오는 신이니까 다들 힘줘서 찍겠다는 예감으로 갔는데 너무 좁았다. 여기서 내가 자칫 잘못하면 다들 고생시키는 것 같아서 부담이 있었던 신인데 다행히 무사히 마쳤다. 거기서 브로커가 술병을 던지면 그걸 받아서 다시 던진다. 저는 그걸 당연히 CG로 할 줄 알았는데 실제로 받아서 던지라고 하더라. '이게 가능한가?' 싶었다. 무서웠는데, 그걸 두 번인가 세 번 만인가 기적적으로 했다. 다들 놀라서 '이게 무슨 일이지?' 하더라. 그래서 긴장 풀고 끝까지 촬영할 수 있었다."
![배우 박정민이 영화 '휴민트'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샘컴퍼니]](https://image.inews24.com/v1/1f5f4c322cbce9.jpg)

- 혹시 현장에서 마음에 안 들었을 때 재촬영을 요구하는 편인가?
"저는 재촬영하자는 얘기를 자주 하는 편이다. 저는 문맥을 파악해야 해서 꼼꼼하게는 읽지만 생각보다 연기 연습을 많이 하고 가는 편이 아니다. 그래서 현장에서 갈등한다. 한 번만 더 찍으면 안 되냐고 할 것인지. 그때는 한 번 더 찍고 싶어 하는지 아닌지 분위기를 봐야 한다. 티가 안 나면 그냥 넘어갈 수도 있지만, 다들 작은 실수에 집착한다. 그럴 때는 눈치를 보고 얘기해야겠다 싶어서 제가 많이 요구하는 편이다."
- 맨몸 액션, 총기 액션, 카체이싱까지 엄청 다양한 액션을 소화해야 했는데 제일 까다롭거나 힘들었던 액션은 무엇이었나?
"후반 지하 폐쇄 공간에서 러시아 마피아 보스와 2대 1로 싸운다. 액션이 힘든 것은 아닌데 우리를 가두고 있는 환경이 열악했다. '하얼빈' 때 그 공간에서 조우진 형님과 술집 촬영을 했다. 똑같은 공간인데 그때는 방 하나였고, '휴민트'는 전체를 다 썼다. 그때는 그런지 몰랐는데 이번엔 휴대폰도 안 터지고 너무 답답했다. 여러모로 힘든 촬영이었고, 다들 예민해서 서로 조심하자고 했던 기억이 있다."
- 류승완 감독과의 '무제' 유튜브 촬영에서 "손하고 발하고 같이 나갔던 날이 있다. 멘탈이 나가고 환경이 안 좋아서 예민했다. 저 자신에 대한 실망, 속으로 하는 비난이 심했다. '휴민트' 촬영을 하는 동안 딱 하루였다"라고 고백했다. 그때가 언제였는지 궁금하다.
"방금 얘기한 그 신이었다. 그때 멘탈이 나갔다. 계기도 없다. 한순간에 정신을 못 차려서 두 시간 정도 말을 못 알아듣고 엉뚱한 것을 하는 저 자신을 발견했다. 최근 저에게 가장 실망했던 순간이다. 아예 정신을 못 차리겠더라. 현장에 사람도 많은데 다 저를 지켜보고 있다. 창피했다. 빨리 끝내고 싶은데 몸은 안 따라줬다. 풀려나오는 장면이었는데, 진짜 아무것도 아니었다. 그런데 그게 잘 안되어서 애를 먹었다. 끝나고 창피해서 아무에게도 인사 안하고 숙소로 돌아갔다."
- 그렇게 무너지는 순간을 고백한다는 것부터가 쉽지 않은 일일 것 같은데, 어떻게 극복을 하나?
"혼자 할 수 있는 건 아니다. 내가 무너졌다는 것을 인지 해주는 사람이 있다면, 다시 일어설 수 있게 그 사람이 노력해준다. 고독한 싸움이 되면 고꾸라지는 걸 느낀다. 다행히 감독님이 제가 평소답지 않다는 것을 느껴서 빨리 머리끄덩이를 잡고 일으켜준 느낌이다. 그런 사람이 늘 있는 건 아니다. 보통 촬영에서 고비가 있는데 동료가 도와주기도 한다. 누군가 인지를 해줘야 가능하다."
![배우 박정민이 영화 '휴민트'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샘컴퍼니]](https://image.inews24.com/v1/b1046cd1ec4bb7.jpg)
- 멜로임에도 두 사람 사이 특별한 스킨십 장면이 없다. 그런 것에 대한 고민은 없었나?
"그런 고민은 전혀 없었다. 제가 잘 몰라서 그런 걸 수 있는데 그러면 박건이 약해 보일 것 같았다. 명분 없는 스킨십은 박건답지 않아 보일 것 같았다. 손이라도 잡아야 하나 고민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배우가 연기하다가 명분이 없고 목적이 없는 행동을 하면 어색하다. 손을 잡고 싶어서 자연스럽게 하는 것과 애절해 보이기 위해 하는 것은 무드가 달라진다. 리허설에서 한번 해볼까 하다가 어색해서 포기한 경험이 있다. 박건은 그 자리에 서 있는 사람이어야 박건이라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명분 없는 스킨십은 하지 말자가 됐다."
- 신세경 배우와의 멜로 호흡이 굉장히 좋았는데, 연기할 때는 어땠나?
"제가 감히 신세경이라는 배우를 입에 담는 것이 맞는 것인지 모르겠다. 신세경 팬 아닌 사람이 어딨나. 신세경 씨뿐만 아니라 매력이 있다고 생각했던 장면이 기억나는 사람이 있다. 세경 씨가 그렇다. 저 군대 내무반에서 '하이킥'을 보는데 '저 사람 진짜 예쁘다. 매력 있다'라고 느꼈던 순간이 기억난다. 그때 저는 배우가 아니라 영화감독이 꿈이었던 학생이었다. 세경 씨는 너무나 유명한 배우고 많은 사랑을 받던 배우이다 보니 팬이라고 한 거다. 이번에 같이 작업하면서 기본적으로 신세경이라는 사람이 가진 마법 같은 힘이 있다고 많이 느낀다. 카메라 앞에서 신세경을 바라보고 있으면 그 인물로서 저를 압도하는 것이 있다. "왜 그렇게 가혹하게 사라졌소?"라고 말하게 하는 힘이 있다. 그래서 제가 많이 기댔다. 세경 씨와 나오는 장면에서는 정말 많이 기댔고, 내일 그런 장면이 있으면 '신세경이 있으니 알아서 되겠지' 하는 믿음이 있었다. 같이 하는 장면이 아니라도 그를 기억하면 되는 신기한 매력이 있는 친구다. 굉장히 아름다운데 지켜주고 싶기도 하고 강단이 있기도 하다. 두 이미지가 같이 있는 것이 신기했다."
- 처음 레스토랑 '아리랑'에서 선화를 만나는데, 선화가 거기 있는 걸 알고 간 것인가, 아니면 몰랐던 건가?
"그걸 정해야 해서 어려웠다. 선화가 블라디보스토크에 있는 건 아닌데 '아리랑'에 있는 건 모른다. 임무를 수행하고 남는 시간에 선화를 찾아다녔고, 황치성(박해준)과 같이 간 '아리랑'에서 선화를 발견한다는 설정을 가지고 갔다."
- 조인성 배우와는 세 번째 작품이다. 이번엔 액션을 함께 했는데 어땠나?
"저는 액션신을 안 좋아한다. 누군가가 다친다. 저는 다치는 것이 싫다. 또 어떻게든 누군가는 아프다. 그런 모습을 보면 너무 미안하다. 내가 아파도 너무 아파서 별로 안 좋아한다. 인성 형과 하면 그런 것이 별로 없다. 내가 아픈 것도 없고 형도 아파하지 않고 깔끔하게 액션신이 된다. 장인인 거다. 그런 것이 되게 편했다. 배울 것이 너무 많은데 액션만 치면 그렇다. 상대를 편하게 해준다. 배려심이 좋다. 후배가 해주는 거 다 받아주신다. 항상 의지한다."
![배우 박정민이 영화 '휴민트'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샘컴퍼니]](https://image.inews24.com/v1/99b260e2714e2a.jpg)
![배우 박정민이 영화 '휴민트'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샘컴퍼니]](https://image.inews24.com/v1/167698cc820024.jpg)
- 박해준 배우와의 호흡에 대해서도 얘기해달라.
"박해준 형님이 촬영장에 나타났을 때 모두 큰일났다고 했다. 에너지를 대등하게 가려면 대충해서는 안 된다 싶었다. 이상한 인물을 가져와서 감독님조차 놀랐다. 의도인지 몰라도 엄청난 황치성을 데려다 놓은 것만 해도 현장이 휘몰아치는 기운을 받을 수 있었다."
- 대사가 많지 않고, 침묵해야 하는 장면이 많다 보니 연기적으로 쉽지 않았을텐데, 그런 지점을 어떻게 가져가려고 했나?
"너무 답답하다. 저는 개인적으로 대사에 기대는 배우라고 생각한다. 뭔 말을 해야 감정이 나오는데 계속 바라보고 말도 안 한다. 너무 어렵다. 속으로 말하면 표정이 너무 움직인다. 감정으로 담으려면 표정을 만들어야 하는 상황이 있고, 아무것도 없는 표정이 영화에 어울리는 경우도 있다. 저는 열연했다고 생각했는데 모니터를 보면 형편없을 때가 있었다. 그래서 화보 찍듯이 만들어서 가자 했을 때 더 좋은 표정이 나오더라. 그렇게 모니터하면서 만들어갔다. 박건의 내면 상태를 촬영할 때는 무조건 선화라는 사람을 생각했다. 박건이 선화를 생각하면 어떨지를 계속 고민하면서 연기했다."
- '휴민트'가 기존 류승완 감독의 작품과 어떤 차별점이 있다고 생각하나? 또 박정민의 전작과의 차별점도 꼽아달라.
"류승완 감독님도 기존의 본인 영화와 다른 색깔, 클래식한 색깔의 액션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고 말하고 '휴민트'에 들어갔다. 잘 구현이 됐다. 촬영, 조명 감독님이 애를 많이 썼다. 모니터하면서 류승완 감독님 작품 중에 본적이 없다는 얘기를 했다. 감정적인 것도 들어가서 재미있는 시도라고 생각한다. 제가 했던 영화와의 차별점은 처음으로 사랑하는 이성을 목표로 하는 인물을 연기해봤다."
- 만족하나?
"만족까지는 모르겠고 예쁘게 봐주셨으면 한다. 제 눈엔 엄청 이상하지 않아서 '그럼 됐다'라며 위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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