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人]① "'샤이닝'의 중요 키워드는 기억⋯서로를 아꼈던 박진영x김민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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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JTBC '샤이닝' 연출 김윤진 감독
음악·장소·폭설까지⋯모든 장면이 베스트일 수밖에 없는 노력과 열정

[조이뉴스24 박진영 기자] 이토록 섬세하게 사랑의 감정을 담아낸 드라마가 또 있을까. 사계절을 모두 느낄 수 있는 아름다운 영상미, 감성 가득한 음악, 눈빛 하나에도 깊은 감정을 담아내 마음을 울리는 연기, 하나하나 찾아보는 재미가 있는 디테일한 연출까지, 그야말로 제목처럼 반짝반짝 빛나는 드라마 '샤이닝'이다.

JTBC 금요시리즈 '샤이닝'(극본 이숙연/연출 김윤진/제작 SLL, 카카오엔터테인먼트)은 둘만의 세계를 공유하던 청춘들이 서로의 믿음이자 인생의 방향을 비춰주는 빛 그 자체가 되어가는 과정을 담은 드라마다. '그해 우리는', '사랑한다고 말해줘'로 섬세하면서도 탄탄한 연출력을 인정받은 김윤진 감독이 메가폰을 잡아 기대를 모았다.

배우 박진영, 김민주, 김윤진 감독이 JTBC 금요시리즈 '샤이닝'에서 호흡을 맞추고 있다. [사진=SLL, 카카오엔터테인먼트]
배우 박진영, 김민주, 김윤진 감독이 JTBC 금요시리즈 '샤이닝'에서 호흡을 맞추고 있다. [사진=SLL, 카카오엔터테인먼트]

박진영은 막연한 꿈이나 실체 없는 미래를 좇기보다 눈앞에 놓인 오늘을 충실히 살아가는 데 집중하는 지하철 기관사 연태서 역을, 김민주는 호텔리어를 거쳐 서울 구옥스테이 매니저로 일하는 모은아 역을 맡아 10년에 걸친 첫사랑 서사를 펼쳐내고 있다. 두 사람은 귀엽고 사랑스러웠던 19살 처음 만나 연애하고, 현실에 치여 헤어진 후 서른이 되어 재회해 다시 애틋한 사랑을 하게 된다. 이에 박진영과 김민주는 10년의 서사 속 인물의 변화와 감정을 깊이 있게 표현해내 매회 시청자들의 마음에 잔잔한 파동을 일으킨다.

이제 종영까지 4회만을 남겨놓고 있는 가운데, 최근 후반 작업을 모두 끝냈다는 김윤진 감독은 조이뉴스24와의 인터뷰를 통해 놀라울 정도로 디테일한 대본을 화면에 잘 담아내기 위해 기울인 노력부터 '좋은 사람이자 배우'인 박진영, 김민주와의 촬영 비하인드를 전했다. 다음은 김윤진 감독과 나눈 일문일답이다.

- 대사나 서사, 연기, 연출 모두 마음을 울리는 섬세한 감성이 있는데, 이를 더 끌어올려 주는 역할을 음악이 해준다는 생각이 든다. 특히 장면 하나하나 너무 적절하게 음악이 담겼다는 생각이 들어서 울컥하는 지점이 많아서 어떤 작업 과정을 거쳤는지 궁금했다.

"제가 단막극은 다른 음악감독님과 했지만 '사이코지만 괜찮아' 때 남혜승 음악감독님을 만나고 난 이후에는 계속 남혜승 음악감독님과 작업을 했다. 조연출을 할 때는 음악 작업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보는 경우가 드물었다. 제가 연출을 하면서 남혜승 감독님의 작업을 지켜보면서 알게 된 건, 남 감독님은 시퀀스에 맞게 곡을 쓰신다. 신에 썼던 음악을 다시 쓰는 경우는 테마곡 말고는 많지 않다. 반복적으로 사용되는 것이 많지 않고, 매번 그 신에 맞는 음악을 작곡하신다. 물론 저하고만 그러시는 건 아닌 것 같다. 그 작업 방식 말고는 어떻게 하는지 모른다고 하셨다. 그 신에 맞는 음악이 나온다고 느끼는 건, 실제로 그 신에 맞게 작곡을 하셨기 때문인 것 같다."

배우 박진영, 김민주, 김윤진 감독이 JTBC 금요시리즈 '샤이닝'에서 호흡을 맞추고 있다. [사진=SLL, 카카오엔터테인먼트]
배우 박진영, 김민주가 JTBC 금요시리즈 '샤이닝'에서 로맨스 호흡을 맞추고 있다. [사진=SLL, 카카오엔터테인먼트]

- 거의 모든 곡이 장면에 맞게 작곡된다는 것이 놀랍다.

"다른 분들은 어떻게 하는지 잘 모른다. 음악감독님이 저에게 음악을 주실 때, 보통 한 시퀀스에 음악을 하나만 주시는 경우는 별로 없다. 2~3곡을 주시고, 4곡을 주신 적도 있다. A, B, C, D로 주셨을 때, 태서의 감정으로 몰고 가면 좋겠다 할 땐 A, 은아의 감정이면 B, 가족의 감정 혹은 둘만의 비밀스러운 감정이면 좋겠다 등 이렇게 선택할 수 있게끔 주신다. 그 선택지 안에서 흐름을 만들어간다. 이게 음악감독님과 작업할 때의 즐거움이다."

- 사계절을 다 담은 아름다운 영상미, 특히 극 초반 10년 전 태서와 은아가 처음 만나 마음을 키워가는 과정이 배경을 통해 더 예쁘게 담겼다. 이런 장소를 어떻게 선택하게 되었나?

"많은 분이 작가님의 글을 직접적으로 보진 못하셨겠지만, 작가님의 글에는 제가 지금 결과를 만들어낸 것보다 아름다운 것이 훨씬 더 많다. 그래서 이 글을 어떻게 담아낼지가 고민이었다. 장소의 느낌이나 태서와 은아가 같이 걸어가다가 갈림길에서 헤어지는 느낌, 버스정류장, 습지길 등 작가님의 글 세계 안에서는 작가님만의 이미지가 확실하게 구축된 것 같았다. 또 하나는 두 사람이 10년 뒤에 만난 두 사람의 감정이 그대로 이어진다고 할 만큼의 느낌을 줘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러려면 그만큼 10년 전 기억이 선명하게 베이스가 되어 남아있어야 한다. 그들이 있었던 공간이나 되게 별거 아닌 행동이 펼쳐지는 자리들이 어떻게든 의미가 있게 남아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어떤 그림보다는 그 기억이 존재할 만큼의 공간, 지워지지 않을 만큼의 공간을 찾아다녔다. 예를 들면 버스 정류장도 나무가 우거진 상태에서 계절이 지날 때의 변화가 다 보이는 곳이라면 기억 속에 남을 것 같았다. 사람들이 그 기억을 지켜봤을 때 그럴만한 기억이겠구나 생각이 들만한 장소를 생각했다."

- 그중에서도 2회에서 태서와 은아가 서울에서 돌아오던 밤, 습지길 장면이 마치 CG인가 싶을 정도로 너무 아름다웠다.

"습지길도 마찬가지다. 그냥 동네 길인데 그게 기억에 남을 만한 공간이길 바라는 마음으로 찾았다. 반딧불이가 나오는 것도 그렇고, 저에겐 기억이 되게 중요한 키워드다. 기억이 사라지지 않고 어딘가에 남아있을 만한 선명한 이미지이길 바랐다. 그렇게 헌팅을 하고 나서는 모두 촬영, 조명 감독님을 비롯한 스태프들의 몫이었다. 정말 뛰어나게 담아주셨다."

배우 박진영, 김민주, 김윤진 감독이 JTBC 금요시리즈 '샤이닝'에서 호흡을 맞추고 있다. [사진=SLL, 카카오엔터테인먼트]
배우 김민주, 박진영이 JTBC 금요시리즈 '샤이닝'에서 호흡을 맞추고 있다. [사진=SLL, 카카오엔터테인먼트]
배우 박진영, 김민주, 김윤진 감독이 JTBC 금요시리즈 '샤이닝'에서 호흡을 맞추고 있다. [사진=SLL, 카카오엔터테인먼트]
배우 박진영, 김민주가 JTBC 금요시리즈 '샤이닝'에서 열연하고 있다. [사진=SLL, 카카오엔터테인먼트]

- 이런 장소를 찾을 때, 가장 고민되고 힘들었던 곳을 꼽아준다면?

"버스정류장에서부터 길을 걷다 보면 주변에 습지가 있고, 그 습지 끝에 갈림길이 나온다. 한쪽으로 가면 태서의 집, 또 다른 쪽으로 가면 은아의 집이 나온다. 은하의 집 쪽 방향으로 가면 갈대밭이 있고 그 너머의 끝 집이 은아의 집이라는 설정이다. 그리고 갈대밭 가기 전에 점방이 존재한다. 이걸 다 가져갈 수 있는 동네, 지역을 찾는 것이 너무 어려웠고 실제로 찾지 못했다. 그래서 각각의 지역을 연결해서 한 동네처럼 보이게 해야 하는 숙제가 있었다. 태서, 은아가 자전거로 가던 길 거기서 조금 더 가면, 실제론 다른 장소다. 습지길부터 갈림길까지는 다른 장소였고, 거기서 오른쪽으로 가면 태서 집인데 지역이 달라진다. 왼쪽으로 가면 또 지역이 달라져서 점방이 나오고, 점방 끝에서 지역이 달라져서 은아 집이 나온다. 한 동네로 존재할 수 있게끔 이질감 없게 구현하고, 은아와 태서의 기억 속에 있을 만한 장소로 존재하게 만드는 것이 어려웠다."

- 이렇게 어렵게 장소를 찾아서 촬영에 들어갔을 때, 예상치 못했던 어려움이 있었던 곳이 있다면?

"실제로 촬영하면서 어려웠던 건 습지 길이다. 여름 전에 헌팅을 했다. 습지 길은 은아와 태서가 처음 만난 장소이기도 하고 갈림길이 반복되는 장소이기도 하다. 작가님께서 중요하게 심어주셨던 것은 반딧불이가 나와야 한다. 희서(성유빈 분)가 쫓으러 간 적이 있었고 은아도 거기서 반딧불이를 찾았다. 그런 설정이 있어서 습지 안으로 들어가야 했다. 그런데 처음 헌팅했을 때와 다르게 사람이 들어가기엔 너무 깊은 거다. 그 사이에 저수량이 높아진 거다. 풀도 너무 많아졌다. 도저히 이 풀을 헤치고 들어가기 쉽지 않았고, 들어간다고 해도 너무 깊어져서 '들어갈 수 있을까?'라는 고민이 있었다. 하지만 이미 결정을 하고 촬영을 하기로 정리가 된 상태라 포크레인으로 제초작업을 한 후 들어갈 수 있는 걸 확인하면서 촬영했다. 심지어 그 장소는 갈림길과 예쁜 습지가 있다는 것 말고는 촬영이 너무 열악했다. 불빛 하나 없어서 밤이 되면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그래서 조명 크레인 두 대를 양쪽으로 띄웠다. 그래서 태서와 은아가 지나갈 때 앵글은 저희가 계산하고 잡은 것이 아니라 열악한 환경에서 어떻게든 뭔가를 찾다가 나온 장면이다. 촬영하려고 잡았던 스팟이 아니었는데 그게 나온 거다. 안 되는 마당에 뭐라도 해보자며 별별 노력을 다했다."

배우 박진영, 김민주, 김윤진 감독이 JTBC 금요시리즈 '샤이닝'에서 호흡을 맞추고 있다. [사진=SLL, 카카오엔터테인먼트]
배우 박진영, 김민주가 JTBC 금요시리즈 '샤이닝'에서 로맨스 호흡을 맞추고 있다. [사진=SLL, 카카오엔터테인먼트]

- 사계절을 담은 드라마다 보니 여름뿐만 아니라 겨울도 힘든 점이 많았을 것 같다. 특히 폭설이 내리던 장면이 있었는데, 이건 어떻게 촬영했나?

"태서와 은아가 와인을 마시고 나가서 달려가는 신은 진짜 폭설이다. 태서가 군대에 가는 날, 버스정류장에 가서 버스가 도착할 때까지 기다리던 시퀀스엔 눈이 안 와서 CG의 도움을 받았다. 그런데 태서가 입대하는 날 은아에게 어떤 일이 있었는지가 앞으로 나온다. 태서의 경우엔 밤신이라 괜찮았는데, 낮신은 결과물을 장담할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들더라. 그래서 태서와 은아가 와인 먹은 날 시퀀스와 은아의 낮신을 눈 오던 날 온종일 찍었다. 재미있는 에피소드가 있는데, 이날이 촬영 마지막 날이었다. 그날까지 다 찍어야 하는 마지노선이었는데, 어떻게든 눈이 와야 안심할 수 있는 결과가 나올 것 같다는 생각에 최대한 촬영을 미뤘다. 그 사이에도 눈이 오면 촬영하던 걸 취소하고 무조건 찍을 생각이었는데 눈이 안 와서 끝까지 미뤄둔 마지막 촬영이었던 건데, 마지막 촬영 주에 강원도에 눈이 많이 온다는 말이 있었다. 그래서 촬영 전날 어떤 장소를 픽스하고 헌팅을 가서 모든 계획을 세웠다. 다음 날 폭설이 온다는 예보를 듣고 잠들었는데 새벽 3시에 촬영감독님에게 전화가 왔다. 눈이 아니라 비가 오는 거다. 비가 오면 특수효과도 못 한다. 망했다는 생각이 들어서 새벽 3시 반에 모두 촬영감독 방에 집결해서는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를 했다. 강원도를 CCTV로 다 돌려보니 두 군데에 눈이 오고 있었다. 지금 당장 결정을 해야 했다. 일단 새벽 5시에 눈이 오는 곳으로 가보자는 마음에 찍어봤더니 아침 7시 도착이라고 뜨더라. 그렇게 가서 눈이 오고 있는 걸 확인했고, 서울에서 출발하는 팀 도착지를 대관령 쪽으로 바꿨다. 그리고 아침 7시부터 헌팅을 해서 9시까지 촬영 준비를 마치고 하루종일 찍었다. 낮 장면은 눈이 간헐적으로 내리긴 해서 조금 추가를 했고, 밤에는 그야말로 폭설이 내렸다. 그 신에서 두 사람이 함박웃음을 짓는데, 마지막 촬영이었기 때문이다."

- 장소 얘기하면 또 빼놓을 수 없는 곳이 강변역, 터미널 앞 포장마차인 것 같다. 두 사람이 대학생이 된 후의 포장마차 신에서 단무지를 먹여준다거나 태서가 은아의 입을 닦아주는 모습이 너무 자연스럽고 다정해 보였다. 디테일이 살아있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혹시 디렉팅을 준 것이 있나?

"포장마차 신이 대본에 있기는 했지만 단무지나 입을 닦아주는 건 배우들이 즉흥적으로 한 것이 맞다. 저도 "이걸 해볼까? 저걸 해볼까?"라는 얘기를 많이 하는 편이다. 예를 들어, 와인 먹고 뽀뽀하는 신에서, 앞에서 뽀뽀하는 신이 많기도 했고 아무리 취해서 기분이 좋다 하더라도 집에서 벗어나지 않은 상태에서 뽀뽀하는 건 좀 과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조용히 하라고 입을 손으로 막으니까 그 상태로 뽀뽀를 해보면 어떻겠냐고 제가 던졌다. 그러면 배우들이 한 번씩 해본다. 사실 저는 그냥 막 던지는 거라 괜찮은지는 봐야 안다. 그걸 배우들이 너무나 귀엽게 해내는 거다. 이 작품에서 고마운 점은, 태서는 연우리를 벗어나 서울로 왔고 은아는 아직 꿈이 정해지지 않은 상태다. 스무 살 은아에게는 태서와 같이 있는 것이 유일하게 반짝이는 순간이었을 것 같다. 그 순간순간이 허투루 가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배우들에게 있었던 것 같다. 만날 수 있는 장소는 터미널 앞 포장마차가 전부인 애들의 소중함을 본능적으로 표현했다는 생각이 든다. 갑자기 나온 것은 아니고, 리허설 할 때 이걸 해봐도 되나라는 얘기를 했다. 그건 정말 배우가 상대 배우를 아껴야지 할 수 있는 행동이고, 캐릭터도 마찬가지다. 그게 기본적으로 다 묻어 있는 상태였기에 나온 것 같다."

/박진영 기자(neat24@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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