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 결산]⑥ '21세기 대군부인', 글로벌 흥행에도⋯빛바랜 대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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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증 오류·역사 왜곡 논란에 제작진-주연배우들 잇단 사과
북미 지역 돌풍 등 글로벌 흥행⋯"무조건적 폄하 말아야" 옹호론도

2026년 상반기 연예계는 매일같이 사건·사고 소식으로 뜨거웠다. 결혼과 출산으로 행복에 젖은 스타들도, 결별의 아픔을 겪은 스타들도 있었다. 우리 곁을 떠난 스타들로 슬픔을 겪었고, 부적절한 이슈로 실망감을 안긴 스타도 있었다. 가요계는 방탄소년단이 반가운 컴백 속 존재감을 입증했고, 해외 유수의 시상식에서 '골든' 수상 소식이 들려왔다. 종합편성채널 JTBC가 법정 관리 문을 두드리며 국내 미디어 산업 전반에 충격파도 안겼다. 올 상반기를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엔터 업계 뉴스를 짚어봤다.[편집자]

[조이뉴스24 이미영 기자] 상반기 최고 기대작이었던 MBC 드라마 '21세기 대군부인'이 역사 왜곡 논란에 휩싸였다. 극중 일부 설정과 대사로 역사 왜곡 논란을 불러왔다. 제작진은 지적을 수용하며 사과했고, 주연 배우 아이유와 변우석도 고개를 숙였다. 방영 중단과 콘텐츠 전면 폐기를 요구하는 국민 청원 제기 등 후폭풍이 계속된 가운데 이 작품이 거둔 성과와 내재된 가치 전체를 전면 부정하기에는 아쉽다는 옹호론도 제기됐다.

'21세기 대군부인' 메인 포스터. [사진=카카오엔터테인먼트]
'21세기 대군부인' 메인 포스터. [사진=카카오엔터테인먼트]

고증 오류·역사왜곡 논란⋯"동북공정 빌미"

'21세기 대군부인'은 입헌군주제가 남아 있는 가상의 대한민국을 배경으로 한 로맨스 판타지 드라마다. 300억 원(추정) 규모의 막대한 제작비, MBC와 디즈니플러스의 협업, 아이유와 변우석이라는 톱스타의 만남으로 방영 전부터 뜨거운 관심을 모았다.

'모든 것을 가졌지만 평민인 여자'와 '왕의 아들이지만 아무것도 가질 수 없는 남자'의 신분 타파 로맨스라는 신선한 설정으로 시선을 사로잡았다. 최고 시청률 13.8%를 기록하는 등 동시간대 경쟁에서 압도적 우위를 점했다. 디즈니+에서 동시 공개되며 글로벌 돌풍을 일으켰다. 방영 기간 동안 아시아태평양 지역을 제외한 전 세계 시장에서 가장 많이 시청된 한국 시리즈로 이름을 올렸다. 전세계 OTT 콘텐츠의 시청률을 순위로 집계해 표시하는 플릭스패트롤에서는 이례적으로 유럽과 미국 캐나다 등 북미지역에서도 강세를 보였다.

'21세기 대군부인' 메인 포스터. [사진=카카오엔터테인먼트]
MBC '21세기 대군부인' 방송 장면 일부. [사진=MBC 방송 화면 갈무리]

글로벌 흥행작이라는 자랑스러운 이름표를 달 수 있었으나, 드라마 후반부에 이르러 가상 역사 설정들이 고증 부실과 왜곡 시비에 휘말렸다. 이안대군(변우석 분)의 왕 즉위식 장면에서 신하들이 자주국 군주에게 사용하는 '만세' 대신 제후국 표현인 '천세'를 외치는 장면, 왕이 황제의 십이면류관보다 한 단계 낮은 구류면류관을 착용한 장면, 중국식 다도법 등이 문제가 됐다.

일부 시청자와 역사학자들은 이러한 설정이 동북공정의 빌미를 제공할 수 있다며 강도 높게 비판했다. 대체역사물이라는 장르적 특성상 어느 정도의 상상력은 허용될 수 있으나, 가상의 입헌군주제를 설정하면서 굳이 자주적 황제국이 아닌 제후국의 형태를 빌려왔다는 점에서 시청자들의 분노는 컸다.

제작진·배우들 사과에도 후폭풍⋯"지원금 환수하라" 요구까지

논란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자 주연 배우 아이유와 변우석, 박준화 감독, 그리고 작가까지 잇달아 사과문을 발표하며 고개를 숙였다.

논란 직후 제작진은 "조선의 예법이 역사 속에서 변화해 온 과정을 세심히 살피지 못했다"며 고개를 숙였다. 주연 배우들도 나섰다. 아이유와 변우석이 각각 공식 입장을 통해 "작품을 선택하고 연기하는 과정에서 역사적 무게감을 더 깊이 헤아리지 못했다"라며 시청자들에게 깊은 사과의 뜻을 전했다.

박준화 감독이 인터뷰를 갖고 "행복과 힐링을 주는 드라마를 만들고 싶었는데 죄송스럽고 불편한 상황을 만들었다"며 "고증과 역사적 해석에 미흡함이 있었다"고 인정했다. 유지원 작가는 "대체역사물이라는 장르적 상상력에 기대어 역사적 사실과 상징성을 안일하게 취급했다"라며 "상처받은 시청자분들과 국민께 진심으로 사죄드린다"라고 사과했다.

'21세기 대군부인' 제작진은 '천천세' 등 역사 왜곡 논란 장면을 급히 수정해 OTT에 재업로드 했으며, 비판 여론이 커지자 11화 엔딩 장면 자체를 삭제했다.

제작 주체들의 반성과 사과에도 불구하고 대중의 시선은 싸늘했다. 국회 국민동의청원에는 드라마의 방영 중단과 VOD·OTT 콘텐츠 폐기를 요구하는 청원이 올라왔고, 나흘 만에 소관 상임위원회 회부 기준인 5만 명 이상의 동의를 얻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의 'OTT특화 콘텐츠 제작지원(IP확보형)' 드라마 장편 부문 최종 선정작으로 제작비를 지원받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지원금 환수 요구까지 빗발치는 등 역사왜곡 논란 후폭풍은 법적·제도적 논쟁으로까지 확산됐다.

'21세기 대군부인' 메인 포스터. [사진=카카오엔터테인먼트]
(왼쪽부터)배우 유수빈-공승연-변우석-아이유-노상현-이연이 6일 서울 조선팰리스 강남 호텔에서 진행된 MBC 금토드라마 '21세기 대군부인' 제작발표회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정소희 기자]

한국美 살리고, 글로벌 흥행⋯"무조건적 폄하 말아야" 옹호론도

'21세기 대군부인'이 고증 부실이라는 오점을 남긴 것은 분명하지만, 이 작품이 거둔 성과와 내재된 가치 전체를 전면 부정하기에는 아쉽다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게 제기된다. 문화평론가들과 일부 시청자들 사이에서는 작품의 긍정적 요소도 균형 있게 바라봐야 한다는 옹호론도 나왔다.

'21세기 대군부인'은 글로벌 성과를 내며 K콘텐츠에 대한 관심을 환기하고, 막강한 파급력을 입증했다. 글로벌 OTT 플랫폼 디즈니+ 를 통해 전 세계에 동시 공개된 '21세기 대군부인'은 방영 기간 내내 아시아 전역은 물론 북미와 유럽 등지에서도 플랫폼 내 상위권을 기록했다.

전통적인 한국의 아름다움을 현대적인 감각과 버무려 연출한 비주얼은 해외 시청자들에게 문화적 즐거움을 안겼다. 이안대군 사저로 등장한 아원 고택, 담벼락 키스의 배경이었던 고즈넉한 경주 오릉, 경복궁, 수원 화성행궁, 백제문화단지 사비궁, 함안 무진정, 낙화놀이 장면이 담긴 함안 무진정 등 한국적 미를 살린 장소들이 곳곳에 배치돼 극의 완성도를 끌어올리는가 하면 해외 시청자들에겐 새로운 관광 명소로 떠올랐다. 극 중 등장한 현대식 퓨전 한복, 낙화놀이와 국궁 등 다양한 전통문화들도 자연스럽게 녹아들었다. 한국적 소재를 글로벌 흥행 코드로 치환해낸 서사적 짜임새와 연출적 테크닉은 평가절하 하기엔 아쉽다.

또한 신분 사회의 모순을 위트 있게 꼬집으면서도, 인물들의 감정선과 멜로 서사를 밀도 있게 쌓아 올린 흡입력도 드라마 팬들의 지지를 받았다. 아이유는 재벌 평민이라는 독특한 캐릭터의 주체적이고 당당한 매력을 입체적으로 그려냈고, 변우석은 왕의 아들이라는 숙명 속에서 고뇌하는 멜로 눈빛을 소화했다. 이러한 요소들마저 드라마의 역사 왜곡으로 가려버릴 순 없다.

'21세기 대군부인'은 한국 드라마 업계에 숙제를 남겼다. 판타지와 대체역사라는 장르가 주는 창작의 자유가 결코 '역사의 무게감'을 가볍게 여기는 면죄부가 될 수 없음을 보여줬다. 글로벌 시장에서 K-드라마의 영향력이 커진 만큼, 우리 역사를 다루는 제작진, 제작사의 고증 시스템과 역사적 책임감 역시 강화되어야 한다는 지적도 뼈아프게 받아들여야 한다.

다만 이번 논란이 창작자들의 상상력을 과도하게 위축시키는 검열의 잣대로만 작용해서는 안 된다는 업계 관계자들의 목소리도 귀담아 들을 필요가 있다. 한국적 콘텐츠를 녹여낸 '21세기 대군부인'의 글로벌 흥행이 시사하는 바도 지나쳐서는 안된다.

역사학자 심용환은 "'21세기 대군부인' 같은 작품은 역사학적으로 수준 낮아 보일지 몰라도 한류라는 새로운 문화를 창조하는 흥미로운 실험"이라며 "앞으로 더 촘촘하고 창의적인 이야기들이 나와서 새로운 한국 문화를 만들어가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미영 기자(mycuzmy@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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