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국영, 홍콩 그 자체로 박제" 김초희 감독x김영민, '아비정전' 향한 찬사[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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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이뉴스24 박진영 기자] 명작은 아무리 시간이 많이 흘러도 변치 않는다는 것을 다시 깨닫게 해주는 '아비정전'이다. "허무와 불안을 가진 홍콩의 청춘을 대변하는 얼굴"이라는 김초희 감독의 설명처럼, 90년대 불온했던 시대상을 완벽하게 담아낸 '아비정전'은 장국영 70주년을 맞아 4K 리마스터링으로 개봉되어 현 시대 관객들에게도 짙은 여운을 남긴다.

'아비정전'은 바람 같은 청년 아비(장국영)의 멈추지 않는 청춘의 방황과 사랑을 그린 이야기로, 왕가위 감독 특유의 미학적 세계관을 여는 시발점이자 시네필들 사이에서 '왕가위 월드'의 필수 입문작을 손꼽힌다. 독창적인 카메라 워크, 감각적인 미장센, 허무주의가 짙게 깔린 대사 등 왕가위 감독만의 고유의 영화적 문법이 완성된 실질적인 첫 작품으로 평가받는다.

'아비정전 4K 리마스터링' 장국영 스틸컷 [사진=㈜디스테이션]
'아비정전 4K 리마스터링' 장국영 스틸컷 [사진=㈜디스테이션]
배우 김영민이 5일 오전 서울 CGV용산아이파크몰에서 열린 영화 '비광'(감독 이지원) 제작보고회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정소희 기자]

이후 공개된 '중경삼림', '해피 투게더', '화양연화' 등 왕가위 감독의 대표작들에서 반복적으로 변주되는 '시간', '상실', '고독'이라는 핵심 테마가 이 한 편에 모두 응축되어 있기 때문이다. 특히 1960년대 홍콩의 모습과 장국영이 런닝셔츠 차림으로 맘보춤을 추는 명장면, '발 없는 새'로 대표되는 명대사들은 시대를 넘어 지금까지도 끊임없이 오마주되며 강렬한 잔상을 남긴다.

장국영, 유덕화, 장만옥, 유가령 그리고 엔딩을 장식하는 양조위까지 홍콩 영화의 황금기를 이끈 주역들의 가장 찬란했던 시절을 만나볼 수 있다는 점 역시 입문자들에게 커다란 매력으로 손꼽힌다. 장국영 70주년을 맞아 4K 리마스터링으로 새롭게 관객들을 만나고 있는 '아비정전'은 1960년대 홍콩의 뜨겁고 나른한 공기를 더욱 선명하고 깊게 느낄 수 있다.

지난 17일 '찬실이는 복도 많지'의 김초희 감독, 배우 김영민과 함께 한 GV에서도 '아비정전 4K 리마스터링'에 대한 찬사가 이어졌다. 김초희 감독은 "이 영화를 정말 여러 번 봤는데, 디지털과는 다른 느낌이 있었고 눈을 뗄 수가 없었다"라며 "장국영이 입은 런닝셔츠가 BYC 재질인 줄 알았는데 자세히 보니 그물 소재더라. 그래서 태가 난다고 생각했다. 영화를 오랜만에 봐도 좋다"라고 4K 리마스터링에 대한 만족감을 드러냈다.

김영민 역시 "이 영화를 극장에서 다시 보고 싶었다. 감독님과 여기 오신 분들이 왜 오셨을까, 장국영 혹은 왕가위 감독 팬일까 등 여러 얘기를 나누며 영화를 봤다. 예전 기억이 새록새록 났다. 4K 속에서 아날로그가 보인다고 할까. 영화 보는 즐거움이 있는 자리였다"라고 남다른 소감을 밝혔다.

'아비정전 4K 리마스터링' 장국영 스틸컷 [사진=㈜디스테이션]
'아비정전 4K 리마스터링' 장국영 스틸컷 [사진=㈜디스테이션]

또 김초희 감독은 "고모가 홍콩 영화를 좋아했다. '열혈남아'를 먼저 보고 '아비정전'을 봤다. 그때는 재미없었다. '천녀유혼'과 '영웅본색'이 훨씬 더 재밌었다. '영웅본색'을 보고 너무 잘생긴 장국영에게 완전히 반했다"라며 "시네필이 되고 난 뒤에 각 잡고 제대로 봤는데, '천녀유혼'보다 훨씬 더 이 영화를 좋아하게 됐다"라고 고백했다.

이어 김초희 감독은 "청춘의 얼굴이라고 느꼈다. 1990년 영화지만 홍콩 반환을 앞두고 언제 끝날지 모른다는 마음으로 불안하게 사는 홍콩의 미래 없는 청춘을 그대로 대변한 영화다"라며 "장국영의 얼굴은 허무와 불안, 불온함을 그대로 담았다. 온몸으로 허무와 불안을 연기한다. 미래 없고 허무한 시간을 기다리는 홍콩의 청춘을 대변하는 얼굴이다"라고 말했다.

또 그는 "배우는 특이한 직업이라고 느낀 적이 많은데, 장국영에게서 특히 많이 느꼈다. 일찍 돌아가셔서 서사적으로 더 그런 것을 전해주기도 하지만, 죽어서도 남는 것이 배우인 것 같다. 세상을 떠난 지 30년이 다 되어가는데도, 그때의 불온함으로 박제되어 있다"라며 "배우는 자기 안에 없는 걸 연기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새로운 걸 만드는 것이 아니라 자기 안에 있는 걸 꺼내서 카메라 앞에서 물질화된다고 본다. 장국영도 불안, 불온함이 배우 속에 켜켜이 쌓여서 그런 얼굴을 과감하게 드러낸다. 그래서 마치 홍콩 그 자체처럼 박제되어 남아 있다고 생각한다. 대체 불가능한 배우다"라고 장국영의 특별함을 짚었다.

'아비정전 4K 리마스터링' 장국영 스틸컷 [사진=㈜디스테이션]
'아비정전 4K 리마스터링' 양조위 스틸컷 [사진=㈜디스테이션]

김영민은 "개인적으로는 에필로그의 양조위 신을 좋아한다"라며 "또 다른 자본주의적인 준비를 한다. 손톱을 다듬고, 담배를 피우고, 돈과 카드를 챙기는 것이 끝이다. 또 다른 홍콩의 인물을 보여주는 것이 좋았다"라고 고백했다. 이어 "연기를 하다가 커피를 마시거나 담배를 피우는 등 생활 연기하는 걸 비즈니스 연기라고 하는데, 그 장면에서 감독님이 배우에게 주문했던 연기가 어떤 건지 짐작할 수 있다. 그리고 세트가 예쁘다. 다른 곳에서는 조명으로 공간을 채웠다면, 엔딩에서는 많이 채워져 있어서 영화적인 재미가 있다"라고 전했다.

김초희 감독은 "좁은 공간에서, 특히나 그렇게 낮은 천장에서 그런 앵글을 잡을 수 있는 촬영감독은 거의 없다고 생각한다. 거기서 찍자고 하는 감독이나 촬영감독이나 다 이상하다"라며 "이왕이면 깊이 나오고 앵글 사이즈도 자유자재로 바꿀 수 있는 곳에서 멋있게 찍고 싶지 고생하며 찍고 싶지 않다. 그런데 여기서는 어떤 공간에 인물을 구겨 넣은 것 같은 느낌이 드는 앵글을 잡았다"라고 감탄했다.

이어 "빗으로 머리를 쓸어 넘긴다. 또 한 명의 아비가 나타나는 것 같은 인상을 준다"라며 "그렇게 낮은 천장이 아니면 그 빗질이 그렇게 멋이 났을까. 구겨진 태 안에서 빗질을 해서 그 모습이 그토록 아름답고 멋지지 않았나 싶다"라고 재차 양조위의 짧지만 강렬했던 엔딩에 찬사를 보냈다.

물론 모든 장면이 아름답고 좋기만 한 건 아니다. "미투 이전인 90년대에 나온 영화라 여성을 그리는 방식이 불편한 면이 있다"라고 말한 김초희 감독은 "'남자에게 맞았는데 왜 그냥 가지? 경찰에 신고해야 하는데'라는 생각했다. 나를 아껴주지 않으면 도망가야지"라며 "저는 캐릭터만 놓고 보면 유덕화가 연기한 경찰이 정상이라 마음이 간다. 물론 장국영이 비교할 수 없이 좋지만, 여자들은 저런 남자를 만나야 한다. 늘 소나무같이 그 자리에서 기다리는 남자다. 그리고 잘생기지 않았나. 날렵한 콧날 흡족했다. "여자들이여, 나쁜 남자를 멀리하라"라고 말하고 싶다"라고 전해 웃음을 안겼다.

'아비정전 4K 리마스터링' 장국영 스틸컷 [사진=㈜디스테이션]
'아비정전 4K 리마스터링' 유덕화 스틸컷 [사진=㈜디스테이션]

또 '발 없는 새' 내레이션을 언급한 그는 "이미 죽었는지도 모르는 시간을 살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그래서 더 기억하고 싶고 기억되기를 원하는 마음이 있는 것 같다"라며 영화에서 의도적으로 시계, 시간을 많이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그는 "시나리오엔 없다. 굵직한 라인만 있고 나머지는 찍어가면서 이야기를 만들었다고 하더라"라며 "시계와 시간을 꼭 담겠다는 감독님의 명확한 콘셉트가 있다고 생각한다. 시간에 관한 영화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렇기에 "1960년 4월 16일 3시 1분 전, 당신 덕분에 난 항상 이 순간을 기억하겠군요"라는 대사 역시 지금까지도 회자되는 명대사로 손꼽힌다. 그는 "시간을 기억하면 영원이 된다는 것, 이 영화가 가진 철학적인 의미다"라며 "시간은 흐른다. 순서대로 흘러간다고 생각하지만 어떤 사람과의 1분은 길 수도 있다. 순간이 영원이라는 개념을 이 영화만큼 잘 드러내는 영화는 없다고 생각한다. 누군가와 시간을 보내면 기억이 되고, 그 기억은 봉인이 되어 안 없어진다. 잊으려고 하면 더 생각나는 것 같다"라고 설명했다.

두 사람은 '찬실이는 복도 많지'에 얽힌 에피소드도 들려줬다. '찬실이'에서 장국영으로 등장하는 김영민은 "'아비정전'의 장국영 움직임을 따라 하려 많이 연구했다"라고 말했다. 김초희 감독은 "장국영 역할에 이 분을 대체 할 사람이 없었다. 마음속에 딱 한 명이 김영민 배우였고, 이분이 안 하면 큰일 난다 싶었다"라며 "제가 프로듀서 일을 오래 해서 한 다리 건너면 다 아는데, 이 분은 연이 안 닿더라. 섭외하고 싶어서 찾다가 겨우 연락처를 받았다. 확신한 순간은 '라디오스타'였다. 얼굴이 묘하게, 전체적으로 중화권의 얼굴을 가지고 있더라. 유덕화 얼굴도 있고 장국영 얼굴도 있다. 그래서 장국영 역할을 해달라고 제안 드렸다"라고 캐스팅 과정을 전했다.

'아비정전 4K 리마스터링' 장국영 스틸컷 [사진=㈜디스테이션]
'아비정전 4K 리마스터링' 장국영 장만옥 스틸컷 [사진=㈜디스테이션]

김영민은 "일단 시나리오가 재미있었다. 감독을 처음 대면했을 때 '이래서 재미있구나' 싶었다. 평소 말투와 해석하는 것이 '찬실이'에 녹여져 있어서 재미있었다"라며 "누가 등장한다고 해서 반짝이는 것이 아니라 그냥 거기에 있는 것이 영화적으로 재미있었고, 감독님과 '찬실이'를 한 것이 저에게는 진짜 복이라고 생각한다"라고 남다른 감회를 밝혔다.

이에 김초희 감독은 "'찬실이'에서 장국영이 나오는데 시치미 뚝 떼고 그냥 나온다"라며 "처음 뵈었을 때 장국영이랑 자기가 너무 안 닮아서 걱정이 되어 망설였다고 했다. 그런데 대사에 "안 닮았는데"가 있어서 출연을 결심했다고 하더라"라고 말했다. 김영민은 "특정 인물을 연기한다는 건 배우에게 부담이 된다"라며 "감독님이 '라디오스타'를 즐겁게 봐주시고 (장국영) 느낌이 있다고 자신감을 넣어주셨다"라고 김초희 감독에 대한 고마움 마음을 표현했다. 그러면서 그는 '찬실이' 이후 한국의 장국영 팬클럽에서 장국영 홍보대사로 임명해 줬다고 밝히며 임명패를 자랑해 눈길을 끌었다.

/박진영 기자(neat24@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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