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살자(들)]② 유해진·박해일·이민호 빈틈없는 열연, 신뢰의 이름 입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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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살자(들)', 개봉 첫날 박스오피스 1위⋯추석 연휴 최강자

[조이뉴스24 박진영 기자] 이름만 들어도 신뢰가 가는 배우들이 빈틈 없는 연기 앙상블을 완성했다. 배우들의 연기를 보는 것만으로도 기대 이상, 상상을 뛰어넘는 재미를 느낄 수 있는 영화 '암살자(들)'이다.

지난 23일 개봉된 '암살자(들)'(감독 허진호)은 1974년 8월 15일, 대한민국을 충격에 빠뜨린 영부인 저격 사건의 의혹과 배후를 추적하는 이야기로, 육영수 여사 저격 사건을 다루며 묵직한 시대극을 선사한다. 모두가 목격했던 충격적인 사건에서 출발해, 그날에 숨겨진 진실을 집요하게 추적하는 인물들에 강렬한 서스펜스를 접목했다. 개봉 전 예매율 1위를 기록하며 추석 연휴 최고 기대작으로 떠올랐던 '암살자(들)'은 예상대로 개봉 첫날 13만 명이 넘는 관객을 모으며 박스오피스 1위로 출발했다.

배우 박해일, 유해진, 이민호가 31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메가박스 코엑스점에서 진행된 영화 '암살자(들)'(감독 허진호) 쇼케이스에 참석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문수지 기자]
배우 이민호, 박해일, 유해진이 영화 '암살자(들)'에서 열연하고 있다. [사진=하이브미디어코프]

시대를 완벽하게 구현해 낸 허진호 감독의 연출력을 바탕으로, 두 말이 필요 없는 대한민국 대표 배우들이 모여 탄탄한 연기 내공을 뽐낸다. 올해 설 연휴를 휩쓸며 1,690만 명이 넘는 관객의 마음을 울린 '왕과 사는 남자'로 '대상 배우'가 된 유해진은 이번 '암살자(들)'에서 형사 철구로 변신해 극의 중심을 꽉 잡아 준다.

철구는 광복절 기념식 현장에 경호 인력으로 투입된 중부서 형사로, 용의자 문태광(박정민 분)을 저지하기도 했었던 그는 눈앞에서 벌어진 충격적인 사건 이후 책임 소재를 이유로 함께 있던 동료가 억울하게 끌려가는 상황을 마주한다. 동료를 향한 책임감과 형사의 본능을 따라 사건의 실체를 추적하기 시작한다. 유해진은 이런 철구의 필사적인 의지를 예리하게 포착해 뜨겁게 일렁이는 인물의 서사를 탄탄하게 그려냈다.

배우 유해진이 영화 '암살자(들)'에서 열연하고 있다. [사진=하이브미디어코프]

그는 최근 조이뉴스24와의 인터뷰에서 "'왕사남'이 옛 사실을 가지고 단종을 생각하는 작품이었듯, '암살자(들)'은 물음표로 남은 사건에 대해 영화적이기는 하지만 한번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이 될 수 있지 않나 했다. 그게 영화가 할 수 있는 큰 일이라고 생각한다"라고 밝혔다.

특히 유해진은 소시민이자, 우직한 충성심으로 주어진 임무를 묵묵히 수행하던 형사 철구가 국가 권력 속 억울함을 마주하며 달라지는 심리 변화를 설득력 있게 펼쳐냈다. 이에 대해 그는 "태극기를 외면하고 걸어가는 장면을 피크라고 생각했다"라며 "애국시민이었다가 폭력과 알 수 없는 물음표를 겪었을 때의 절망, 그 뒤에 오는 허탈함이다. 그래서 인물로서 그 장면이 피크라고 생각했고, 끝까지 진실이 뭔지 놓치지 않으려 한다"라고 설명했다.

유해진은 형사 역할답게 강렬한 액션신도 소화했다. 비 오는 날 타자 학원에서 매달리던 장면을 언급한 그는 "학원의 타자 소리가 인상 깊었다. 내가 쫓는 구두 소리에 타자기 소리가 더해지는데, 재환은 없지만 재환 같았다고 이야기하시더라. 제가 좋아하는 부분이고, 그래서 그 액션이 생각난다"라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배우 박해일이 영화 '암살자(들)'에서 열연하고 있다. [사진=하이브미디어코프]

유해진과 또 다른 축을 형성하는 박해일은 쉽게 물러서지 않는 태도로 사건의 진상에 다가서는 신문사 사회부 부장 재환을 연기했다. 동성일보 사회부를 이끄는 수장인 재환은 모두가 사건을 서둘러 결론지으려 할 때, 이면에 숨겨진 모순된 정황을 파고들며 흩어진 단서들 속에서 결정적 연결고리를 포착한다.

베테랑 기자의 예리한 통찰력과 집요한 취재를 보여주는 재환은 장르의 경계를 넘어 이름과 눈빛만으로도 신뢰를 주는, 박해일을 만나 더할 나위 없는 캐릭터로 완성됐다. 왜 허진호 감독이 박해일에게 재환 역을 제안했을지, 무조건 이해될 수밖에 없는 완벽한 캐스팅이라고 할 수 있다. 독보적인 카리스마와 인간적인 온기를 동시에 지닌 박해일이기에 가능했고, 그래서 캐릭터에 누구도 범접할 수 없는 무게감과 단단한 울림이 실린다.

"경직을 버리려 했다"라는 박해일은 "시대적 공기를 놓치지 않으려 했다. 표현의 자유가 지켜져야 하는데 기사가 편집부에 넘어가기 전 검열을 한다. 재환의 입장에선 머뭇머뭇, 눈치도 보는 답답함이 있다. 그런 현실적인 느낌을 살리기 위해선 경직보다는 유연함을 가져가야 할 것 같았다"라고 설명했다.

작품을 할 때마다 신마다 레벨을 체크한다는 그는 '자유 언론 실천 선언' 장면을 난이도 상급으로 생각했다고 한다. 그는 "그 장면을 찍을 때 배우들과 한두 마디도 필요 없이 끈끈한 연대감이 명확하게 들었다. 선언문을 외칠 때 그들의 온도가 저보다 더 뜨거운 것이 느껴질 정도였다"라며 "허진호 감독님이 가진 기질이 그런 상황에서도 다른 태도를 유지하게 만드는 것 같다. 그렇게 연기할 수 있었던 건 허진호 감독님의 기질로 나왔기 때문"이라고 촬영 당시를 언급했다.

또 다른 하이라이트라고 할 수 있는 최종 수사 결과 발표 장면 역시 두 번째로 높은 레벨이라고 생각해 미리 전날 밤에 가서 연습을 많이 했다는 그다. 박해일은 이민호의 첫 촬영 장면인 초반 공중 전화신 역시 자신의 촬영이 없는데도 현장에 가서 대사를 여러 차례 맞춰준 일화가 있다. 이에 대해 박해일은 "저는 현장을 미리 가보는 배우이기도 하다. 그게 저에게 유리한 방법이기 때문"이라며 "제가 찍을 장면이기도 해서 옆에서 대사를 쳐주면 미리 리허설을 할 수 있는 개념이었다"라고 담담하게 설명했다. 그만큼 그 공간에 먼저 들어가 익숙해지기 위한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았고, 이 덕분에 재환이라는 인물이 진짜 살아 숨 쉬는 듯한 느낌을 받게 된다.

배우 이민호가 영화 '암살자(들)'에서 열연하고 있다. [사진=하이브미디어코프]

이민호의 열연과 존재감도 빼놓을 수 없다. 이민호는 광복절 기념식 현장 취재를 맡은 동성일보 신입 기자 영일 역을 맡았다. 영일은 눈앞에서 벌어진 충격적인 사건과 무고한 피해자를 가장 가까이에서 목격한 이후 자신이 본 장면과 현장에 남겨진 단서들을 되짚으며, 사건을 둘러싼 의문에 과감히 뛰어드는 인물이다. 첫 등장부터 능청스러움을 뽐내는 영일의 매력은 이민호 특유의 훤칠함과 뚜렷한 인상을 통해 더욱 빛난다.

박해일과 마찬가지로, 열정 가득하고 단단한 눈빛과 표정은 이민호의 밝고 건강한 에너지와 맞물려 기자로서의 강단, 책임감을 느끼게 한다. 여기에 현장을 직접 발로 뛰고 온몸으로 부딪히며 기자로서 성장해 나가는 과정을 유연하면서도 폭넓게 표현해 내 '이민호의 재발견'이라는 평가를 이끌었다. 물론 든든한 집안 배경이 있는 인물이기에 '이민호=부티' 이미지가 이어지기는 하지만, 현실성을 부여하는 이민호의 자연스러운 연기력이 그 어떤 작품보다 돋보인다고 할 수 있다.

이에 함께 연기한 대선배 유해진, 박해일은 이민호를 향한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유해진은 "정말 똑똑하고, 살갑다. 사람 좋다는 것을 많이 느꼈다. 건방 떠는 것이 전혀 없다"라고 밝혔으며, 박해일은 "민호가 민망해서 얘기 안 한 것 같은데 자기 촬영이 없는데도 현장에 몇 번 왔다. 배우로서 필요해서도 왔겠지만, 이 작품에 녹아들기 위해서라고 읽힌다. 또 몸을 아끼지 않는 연기를 했다. 재환 입장에서 영일은 우리가 열 수 없는 하나의 키를 구해준 캐릭터다. 민호도 그걸 잘 연기해 줘서 고맙다"라고 고마운 마음을 표현했다.

/박진영 기자(neat24@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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