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가능한 사랑', 이토록 정성 가득한 수작을 만나는 기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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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동 감독 연출 '가능한 사랑', 9월 23일 극장 개봉 후 11월 6일 넷플릭스 공개
전도연-설경구라 가능한 압도적 열연, 이유 있는 극찬

[조이뉴스24 박진영 기자] "지금 이 순간은 안 잊혀질 것 같아요."

'가능한 사랑'을 다 보고 난 후 처음으로 든 생각은 '참 좋다'였다. 제목 때문일 수도 있고, 달무리를 바라보는 한 부부의 대화가 너무나 편안하게 느껴져서일 수도 있다. 정성스럽게 한 땀 한 땀 빚어낸 영화를 만났다는 '충만함'을 오롯이 느끼게 된다. 해고 노동자 가족의 삶이라는 다소 무거운 주제를 담고 있기는 하지만, 인간에게 필요한 건 결국 이해와 사랑이라는 걸 깨닫게 만드는 영화라는 점 또한 의미 있다.

넷플릭스 영화 '가능한 사랑'(감독 이창동)은 해고 노동자 호석(설경구 분)과 그의 아내 미옥(전도연 분) 그리고 다큐멘터리 감독 예지(조여정 분)와 그녀의 남편 상우(조인성 분), 두 부부가 다큐멘터리 제작을 위해 만나 서로 다른 삶과 숨은 욕망을 마주하는 이야기다.

배우 설경구와 전도연이 넷플릭스 영화 '가능한 사랑'에서 열연하고 있다. [사진=넷플릭스]
배우 설경구와 전도연이 넷플릭스 영화 '가능한 사랑'에서 열연하고 있다. [사진=넷플릭스]

해고 노동자인 남편 호석과 열 살 난 아들 철이와 함께 살고 있는 미옥은 마스크 공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로 총파업이 가족에게 남긴 후유증 속에서도 상처를 딛고 앞으로 나아가려고 하는 인물이다. 그는 어느 날 호석의 전 직장 동료의 장례식장에 갔다가, 해고 노동자들을 취재하는 다큐멘터리 감독 예지와 그녀의 남편 상우를 만난다. 예지는 노동자에 관한 다큐멘터리를 만들고 있다며 미옥 부부에게 인터뷰를 제안하고, 인터뷰를 꺼리는 호석과는 달리 미옥은 예지의 제안을 받아들이고 카메라 앞에 선다.

촬영이 진행되는 동안 예지는 미옥과 친해지려고 노력하며 친구가 되자고 제안한다. 미옥은 자신과는 너무 다른 삶을 살고 있는 예지와 가까워지는 것이 기쁘면서도 알 수 없는 불편함을 느낀다. 특히 종종 예지의 촬영을 돕는 상우와 마주칠 때마다, 미옥은 그가 친절하고 따뜻하게 자신을 대하지만 왠지 그의 속마음은 알 수 없다고 느낀다. 예지는 인터뷰를 거부하는 호석의 마음을 열기 위해 다 같이 여름휴가를 가자고 제안한다. 두 가족은 서해안에 있는 상우의 별장으로 향한다. 그곳에서 그들은 결국 서로의 숨은 욕망을 드러내게 된다.

영화는 제목처럼 노골적으로 사랑을 이야기하지는 않는다. 구조조정의 대상이 되어 해고된 노동자의 삶을 다큐멘터리 카메라에 담는다는 중심 이야기 속 새롭게 인연을 맺게 된 두 부부가 서로를 이해하고 욕망, 즉 진심을 끄집어내는 과정이 세밀하게 담겼다. 전혀 다른 위치에서 삶을 살아가는 인물들을 통해 계급 갈등도 그려냈다. 그럼에도 왜 제목이 '가능한 사랑'인가를 끊임없이 질문하게 되는데, 이창동 감독은 "진정으로 어떤 사랑이 가능하고 그것을 가능하게 하려면 우리가 어떻게 해야 하는지 묻고 싶었다"라는 생각으로 이같은 제목을 지었다고 밝혔다.

그 바탕에는 기술의 발전과 함께 노동 자체가 소멸되는 시대에 접어든 현 상황이 존재한다. AI가 대부분의 인력을 대체할 수 있게 된 지금, 노동의 가치가 흔들리면서 삶의 방향성을 고민할 수밖에 없다. 과연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과 고민에 어떤 답을 할 수 있을까 했을 때, 이창동 감독은 '사랑'을 선택했다. 세상이 어떻게 변하든 우리의 삶을 변함없이 이어가게 지탱하는 본질은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 즉 사랑'이라는 것. AI가 절대 흉내 낼 수 없는 것도 당연히 사랑이기 때문이다.

배우 설경구와 전도연이 넷플릭스 영화 '가능한 사랑'에서 열연하고 있다. [사진=넷플릭스]
배우 전도연과 조인성이 넷플릭스 영화 '가능한 사랑'에서 열연하고 있다. [사진=넷플릭스]
배우 설경구와 전도연이 넷플릭스 영화 '가능한 사랑'에서 열연하고 있다. [사진=넷플릭스]
배우 전도연과 설경구, 조여정이 넷플릭스 영화 '가능한 사랑'에서 열연하고 있다. [사진=넷플릭스]

주제는 무겁지만, 이야기의 전체적인 분위기는 한결 밝다. 이는 인터뷰를 진행하는 미옥의 시선과 톤이기도 한데 상우에게 "스티브 잡스 닮았다"라는 등 엉뚱한 농담하거나 유쾌한 상황을 통해 웃음을 자아내곤 한다. 온갖 삶의 굴곡을 이겨내며 단단해진 내면과 강인한 생명력을 뽐내는 미옥은 마치 내 주변에 살고 있는 40대 여성이자 한 가정을 이끌어가는 아내, 엄마로서 현실성을 부여한다.

이런 미옥의 옆자리에 있는 호석 역시 가장의 무게를 어깨에 짊어진 과묵한 남편, 아빠로 상실의 아픔을 대변한다. 같이 일하는 동료, 동생들을 마음 깊이 좋아했던 그는 파업 이후 변화된 관계 앞에서 끝없이 좌절하고 고통의 시간을 보낸다. 그의 진심이 예지 부부를 만나 분노와 눈물로 터져 나오는 순간, 이 영화가 말하는 '소통, 이해, 사랑'의 의미를 다시 한번 돌아보게 된다. 그렇다고 신파로만 가는 것도 아니다. 뭉클해지는 감정의 끝엔 웃음이 터지는 장면이나 따뜻한 시선을 넣어, 울음이 아닌 미소를 짓게 만드는 것도 이 작품의 큰 매력이다. 그래서 164분의 러닝타임이 전혀 길게 느껴지지 않는다. 오히려 시간 가는 줄 모르고 푹 빠져서 보게 되는 힘이 있다.

배우 설경구와 전도연이 넷플릭스 영화 '가능한 사랑'에서 열연하고 있다. [사진=넷플릭스]
배우 전도연, 조여정이 넷플릭스 영화 '가능한 사랑'에서 열연하고 있다. [사진=넷플릭스]
배우 전도연이 넷플릭스 영화 '가능한 사랑'에서 열연하고 있다. [사진=넷플릭스]

배우들은 당연히 기대 이상의 연기를 보여준다. "연기를 한다는 차원이 아니라 그 인물로 살아갈 수 있는 배우"라는 이창동 감독의 말처럼, 전도연이라 가능하고 설경구라 가능한 연기가 극을 가득 채운다. 마치 오래 같이 산 부부처럼, 사실감을 부여하는 두 배우가 있어 러닝타임 164분 동안 안정감을 느끼게 된다. 인터뷰를 통해 살아온 이야기를 전해야 하는 전도연은 긴 대사를 유연하게 소화하는 동시에 생동감을 불어넣는다. 어떻게 이렇게 다채로운 감정을 눈빛과 표정에 다 담아낼 수 있는지, 눈을 깜빡이는 시간조차 아깝다 싶을 정도로 전도연의 모든 순간에 몰입하게 된다.

호석 역을 맡은 설경구의 열연도 압권이다. 카메라 앞이 싫기만 한 그는 서 있는 짧은 순간에도 한 발에 어색함을 구겨 넣는다. 표정이 많지는 않지만, 찰나의 작은 몸짓 하나하나에 호석이 가지는 감정이 고스란히 느껴진다. 특히 상우의 별장에서 혼자 마음속 분노를 터트리는 장면이나 '산 자'를 마주하고 스스로가 죽은 사람이라고 느꼈다며 인터뷰를 통해 진심을 토해내는 장면은 설경구의 진정성 가득한 열연 덕분에 더욱 가슴을 울리는 명장면으로 남는다. 여기에 감정의 과잉 없이, 캐릭터로서 존재하는 조여정, 조인성의 무게감 있는 존재감도 돋보인다.

9월 23일 극장 개봉 이후 11월 6일 넷플릭스에서 공개. 러닝타임 164분. 청소년 관람불가.

/박진영 기자(neat24@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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