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축구국가대표팀의 '간판' 수문장이라 하면 당연 이운재(38, 수원 삼성)부터 떠오른다.
3번의 월드컵 본선 경험, 127경기의 A매치 출장 횟수, 2002년 한·일 월드컵 신화의 주역. 경력과 A매치 경험은 현 대표팀에서 따라올 자가 없다. 이운재의 A매치 횟수는 은퇴한 홍명보의 135경기에 이은 한국 역대 2위의 기록이다. 그동안의 경험이 말해주듯 이운재는 38세로 현 대표팀에서 최선참이다.
나이와 경험으로 보면 이운재는 현 대표팀에서 독보적인 존재다. 그 누구도 근접할 수 없는 높은 곳에 서 있다. 이운재는 경쟁보다는 여유를 누릴 수 있는, 또 조카뻘 후배들이 성장하는 모습을 즐길 수 있는 위치에 서 있기도 하다.
하지만 이운재는 2010남아공월드컵 본선을 준비하면서 나이와 A매치 경험 모두를 버리겠다고 했다. 3번의 월드컵 경험은 의미 없는 것들이라고 했다. 자신이 누릴 수 있는 특권을 모두 내려두고 훈련에 임하겠다고 했다. '천하의 이운재'가 스스로를 낮춘 것이다.
지난 12일 파주 국가대표팀 트레이닝센터(파주NFC)에서 만난 이운재는 "A매치 숫자와 나이가 티가 나지 않게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개인의 능력보다 하나 된 팀이 더욱 가치 있다는 진리, 그리고 A매치 경험을 늘리는 것보다 국민들이 원하는 성적을 가지고 돌아오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의지. 이운재가 스스로를 낮춘 이유다.
이운재는 "4번째 월드컵 출전 횟수에 큰 의미를 두지 않는다. 그동안 원정 월드컵에 나서 최상의 결과를 가지고 오지 못했다. 국민들이 생각하는 결과를 가지고 돌아오는 것이 월드컵 출전 횟수와 A매치 출전 횟수보다 더 중요하다"며 자신이 누려왔던 영광을 버리겠다고 했다.
이어 이운재는 "더 많은 것을 얻기 위해서는 선수들이 하나 되어 준비해야만 한다. 모든 선수들이 하나로 뜻을 모으는 것이 개인적인 능력보다 높은 평가를 받을 수 있다. 뜻을 모아 16강 이상을 목표로 잡아야 한다"며 개인의 역량보다는 팀 전체의 경쟁력을 강조했다.
스스로를 낮춘 이운재. 월드컵 본선에 대한 강렬한 의지가 반영된 결과다. 그리고 최근 K리그에서 일어난 자신의 '경기력 논란'에 대한 돌파구이기도 하다. 이운재 '경기력 논란'은 그에게 스스로를 돌아볼 수 있는 시간을 가져다줬다.
이운재는 "K리그 부진은 앞으로 좋은 모습을 보인다면 그런 이야기들이 나오지 않을 것이다. 무관심이 가장 무서운 것인데 많은 분들이 애정의 눈빛으로 바라봐주셨다. 내 자신을 돌아볼 수 있는 시기였다. 남은 기간 잘 준비해서 부진한 모습을 탈피하겠다. 그리고 남아공에서 큰 일을 해내겠다"며 부활을 예고했다.
한국의 월드컵 본선 선전, 그리고 되찾아오고 싶은 명예. 이운재는 초심으로 돌아갔다. 모든 영광을 버리고 다시 첫 발을 내디뎠다. 이운재는 스스로 몸을 낮춰 실추된 명예와 함께 허정무호를 높이 올리려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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