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용병들, 남는 자와 떠나는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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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에서 단기간에 전력을 강화시킬 수 있는 좋은 방법 중 하나가 외국인선수 영입이다. 신인 선수는 아직 프로에서 통할 실력인지 검증이 안돼 있고, 훈련을 통한 기량 향상에도 시간이 걸린다. 그러나 용병이라 불리는 외국인선수는 잘 뽑기만 한다면 첫 해부터 투수의 경우 10승 이상, 타자라면 30홈런 이상을 책임져줄 수도 있다.

각 팀들이 외국인선수를 '로또복권'에 비교하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그러나 영입한 외국인선수가 팀 전력에 도움이 될 확률은 점점 줄어드는 추세다. 한국 프로야구 수준이 높아지면서 고만고만한 실력의 외국인선수들이 더 이상 국내에서 통하지 않기 때문이다. 새로운 리그에 적응해야 하고, 용병으로서 기대치를 충족시켜야 한다는 것도 외국인 선수들에게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올 시즌도 예외는 아니었다. 외국인선수로 재미를 본 구단은 SK, 두산, 롯데 정도다. 지난 시즌 '용병 잭팟'을 터뜨리며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했던 KIA도 올 시즌에는 로페즈가 '말썽꾼'으로 전락하며 시즌 순위 5위로 미끄러졌고, 나머지 팀들도 눈에 띄는 성적을 낸 외국인선수를 보유하지 못했다.

◆카도쿠라, 히메네스, 사도스키... "이 정도만 해준다면~"

SK의 카도쿠라와 두산 히메네스, 그리고 롯데의 사도스키가 올 시즌 가장 눈에 띄는 성적을 기록한 외국인선수다.

한국에서 두 번째 시즌을 보낸 카도쿠라는 14승 7패 3.22의 평균자책점을 기록하며 김광현에 이어 팀의 '제2선발'로 활약했다. 본인은 "한국에 남고 싶은 마음과 일본에 재도전하고 싶은 마음이 반반"이라고 말하고 있지만 내년 한국 나이로 39살이 되는 걸 감안할 때 일본 무대 복귀는 어려워 보인다. SK와 재계약할 가능성이 높다.

두산의 히메네스는 올 시즌 첫 선을 보인 외국인 투수. 주무기 '싱킹 패스트볼'을 앞세워 한국 타자들을 요리했다. 성적은 14승 5패, 3.32의 평균자책점. 포스트시즌에서도 플레이오프 5차전에서 갑작스런 손가락 물집으로 아쉬움을 남겼을 뿐 두산의 가장 확실한 선발투수로 활약했다. 히메네스만 OK 한다면 두산은 재계약을 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롯데의 사도스키는 10승(8패)에 그쳤지만 3.87을 기록한 평균자책점에서 알 수 있듯 시즌 내내 안정감 있는 피칭을 선보였다. 한국야구에 적응한 내년 시즌에는 더 나은 활약이 기대되는 투수다. 롯데도 일찌감치 용병타자 가르시아를 퇴출하고 사도스키와는 재계약할 것임을 밝혔다.

◆글로버, 왈론드, 로페즈, 데폴라, 레딩... "재계약, 할까 말까~"

카도쿠라와 함께 2년째 SK의 외국인선수 엔트리를 채웠던 글로버는 올 시즌 부상 및 부진으로 6승 8패 5.66의 평균자책점에 그쳤다. 그러나 한국시리즈 4차전에서 살아난 모습을 보이며 팀의 우승에 힘을 보태 재계약을 앞두고 구단을 고민스럽게 하고 있다.

두산 왈론드도 포스트시즌에서의 호투가 구단을 헷갈리게 하는 케이스. 페넌트레이스 7승 9패 평균자책점 4.95로 그저그런 성적을 올렸던 왈론드지만 포스트시즌에서는 팀 불펜이 무너진 상황에서 스윙맨으로 활약하며 5경기 7.1이닝 동안 2.25의 수준급 평균자책점을 기록했다.

지난 시즌 KIA의 'V10'에 결정적 공헌을 한 로페즈는 올 시즌 부진한 성적도 성적이지만 팀 워크를 저해하는 행동으로 '말썽꾼' 이미지를 남겼다. 자신이 선발 호투한 뒤 동료 투수들이 점수를 내줘 승리가 날아가자 덕아웃에서 의자를 집어던지며 분풀이를 해 구단으로부터 징계를 받기도 했다. 그러나 후반기부터는 지난해 페이스를 회복한 모습을 보였고, 4승 10패 4.66의 성적으로 시즌을 마쳤다. 성적은 볼품없지만 로페즈만한 용병도 구하기 어렵다는 것이 KIA의 입장이다.

친화력 있는 성격이 장점으로 꼽히는 한화의 데폴라는 꼴찌팀이란 어려운 여건 속에서 6승 12패 3세이브 평균자책점 4.58의 성적을 남겼다. 팀의 마운드 사정상 시즌 초반 마무리로 등판하다가 중간, 선발을 오가며 활약했다. 성적은 그리 내세울 정도가 못되지만 구위도 나쁘지 않고 성격도 좋아 한화는 재계약을 고민하고 있다.

시즌 막판 포스트시즌을 위해 삼성이 영입한 레딩도 1승 3패 5.09의 성적에 머물렀지만 구위는 괜찮다는 평가를 받고 있어 재계약 문제는 지켜봐야 할 듯하다.

이들 외 나머지 외국인 선수들은 이미 재계약 불가 방침을 통보 받았거나 재계약이 안될 가능성이 높다. 시즌 중간에 짐을 싼 선수들까지 포함한다면 한 해 반짝 국내 무대에 등장했다 사라지는 외국인선수의 수가 적지 않은 셈이다.

외국인 선수의 영입은 어찌보면 도박과도 같다. 일단 연봉과 계약금이 적지 않은데다 그들이 출장하는 만큼 팀 내 유망주의 기회가 박탈당하기 때문이다. 그런 이유로 삼성 선동열 감독은 "유망주들에게 기회를 주겠다"며 2008 시즌 후반기엔 외국인 선수 없이 시즌을 꾸렸던 적도 있었다.

그래도 외국인선수 영입은 약팀으로서는 단기간에 전력을 강화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방법이다. 쓸 만한 용병을 영입하기 위한 각 팀의 노력은 이미 시작됐고, 또 어떤 외국인선수들이 코리안 드림을 꿈꾸며 한국땅을 밟을 지 지켜볼 일이다.

조이뉴스24 정명의기자 doctorj@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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