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숙기자] "공 좋더라. 10승도 하겠던데!"
2일 넥센과의 시즌 개막전을 앞두고 김성근 SK 감독의 칭찬이 쏟아졌다. 그 대상이 된 선수는 상대팀 선발 투수로 예고돼 있던 브랜든 나이트였다. 경기 전 김 감독은 "공이 좋아 보였다. 구위를 보니 10승도 하겠던데"라며 "나이트가 우리팀에 오면 'S급'이다"고 치켜세웠다.
그리곤 지난해 나이트와 맞붙었을 당시의 성적을 떠올렸다. 지난 시즌 삼성 유니폼을 입고 뛰었던 나이트는 SK전에서 1승1패 평균자책점 4.20의 성적을 거뒀다. 수치만 놓고 보면 김 감독이 칭찬할 만한 수준은 아니었다.
하지만 올해 한국 진출 3년째를 맞는 나이트의 회복세는 분명 눈에 띄었다. 나이트는 지난달 13일 시범경기 제주 KIA전에 선발 등판해 3이닝 3피안타 3탈삼진 1실점, 19일 목동 LG전에서 4.1이닝 7피안타 4실점에 머물러 그리 좋은 피칭을 보여주지 못했다. 그러나 세 번째 등판이었던 24일 목동 한화전에서는 6이닝 4피안타 8탈삼진 1실점으로 호투하면서 컨디션을 끌어 올렸다. 시범경기에서 만난 적은 없지만 김성근 감독은 달라진 나이트의 구위를 단번에 알아차린 것이다.
2009년 중반 한국 무대를 밟은 나이트는 그 해 6승2패 평균자책점 3.56으로 무난한 성적을 거뒀다. 2010년 들어서는 약간 뒷걸음질을 쳤다. 21경기에 출장해 6승4패, 평균자책점은 4.54로 올랐다. 볼넷 갯수도 28개에서 42개로 껑충 뛰었다. 이후 무릎 부상으로 인해 나이트는 삼성에서 퇴출 통보를 받아야 했다.
그러나 넥센 김시진 감독은 나이트의 실력을 유심히 지켜보고 있었다. 김 감독은 "삼성에서 뛸 당시 우리팀 타자들과 상대하는 것을 눈여겨 봤다"며 나이트를 불러들였다. 다행히 우려했던 무릎 수술 여파는 없었다. 전지훈련과 시범경기에서 모두 합격점을 받았다. 그리고 김 감독은 나이트를 시즌 개막전 선발투수로 낙점했다.
나이트는 2일 문학 SK전에서 7이닝 동안 109개의 공을 던져 4피안타 1볼넷 6탈삼진 1실점(1자책)을 기록하며 벤치의 믿음에 보답했다. 4회말까지 단 한 명의 주자도 내보내지 않고 완벽하게 막아냈다. 7회말 최정과 김강민에게 연속 안타를 내주면서 한 점을 내주긴 했지만 중반까지 이어졌던 나이트의 좋은 구위는 올 시즌 대활약을 예고하기에 충분했다. 넥센 타선이 침묵하며 0-2로 패해 패전의 멍에를 쓴 것이 아쉬울 따름이었다.
경기 후 김성근 감독은 "나이트가 워낙 좋아서 고전할 것으로 예상했다"며 다시 한 번 나이트를 칭찬했다.
김시진 감독도 첫 경기 패배에도 불구, 나이트의 기량을 확인한 것은 더없이 반가운 일이었다. 김 감독은 "(타선은 약했지만) 나이트는 좋았다"며 절반의 만족감을 드러냈다.
넥센 1선발로 낙점된 나이트의 어깨가 무겁다. 올해는 반드시 수치로 성적을 증명해야 하는 부담감도 안고 있다. 일단 시작은 좋다. 위력적인 투구를 뽐내며 확실한 눈도장을 찍었다. 구위가 떨어지기 전까지의 실력만 유지한다면 넥센 선발 로테이션의 주축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에서 맞는 나이트의 두 번째 도전이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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