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기범기자] 이성열(두산)이 조금씩 웃음을 되찾고 있다. 한 번 안타 맛을 본 후 심적 안정을 찾았고, 이것이 선순환되면서 방망이가 달아오르고 있다.
시즌 개막 후 이성열은 최악의 타격감으로 신음했다. 김경문 감독은 이성열을 중용했지만 그의 방망이는 공기만 갈랐고, 좀처럼 안타를 신고하지 못했다. 2군에도 내려갔다 왔지만 오히려 성급한 마음만 앞섰다. 슬쩍슬쩍 농담을 던지곤 하던 모습은 온데간데 없어졌고, 이성열은 매일 심각한 표정으로 침묵 속에 훈련에만 열중했다.
그런데 최근 들어 이성열이 두산 타선의 핵심인물로 떠오르고 있다. 지난 15일 SK전이 타격 폭발의 시발점. 당시 이성열은 통산 25번째 한 경기 내야안타 최다 타이 기록을 세우면서 자신감을 되찾았다. 2회말 1루수 쪽, 5회말 유격수 쪽, 7회말 2루수 쪽까지 행운 섞인 3개의 내아안타를 뽑아내면서 자신감을 되찾은 그는 이후 매경기 방망이가 폭발하면서 감을 되찾았다.
수치상으로도 확연히 이성열의 상승세를 알 수 있다. 지난 15일 SK전을 시작으로 24일 LG전까지 8경기서 이성열은 37타수 15안타 타율 4할5리를 기록 중이다. 17일 한화전에서는 시즌 마수걸이 홈런, 24일 LG전에서는 시즌 2호포까지 쏘아올렸다. 8경기 연속 안타 행진이다.
개막 후 4월 한 달간 13경기서 35타수 4안타 타율 1할1푼4리에 그쳤던 이성열로서는 180도 달라진 모습. 그 결과 시즌 타율도 어느덧 2할6푼까지 치솟았다.
24일 LG전서 2회초 선두타자로 나서 시즌 2호포를 터뜨리면서 팀의 첫득점을 올린 이성열은 경기 후 "안타가 자주 나오니 심적으로 여유가 생겨서 더 좋은 경기를 펼칠 수 있게 됐다"고 소감을 전했다. 결국은 부진으로 인한 자신감 상실과 조급함이 4월 악몽의 원인이었던 셈이다.
김경문 감독은 "노력은 없어지지 않는다"고 했다. 부진한 팀내 타자들을 두고 한 소리다. 물론 이성열 역시 그 범주에 드는 대상이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이성열은 노력으로 부진을 벗어나면서 김경문 감독의 기대에 부응하고는 어깨를 당당히 폈다.
감독들은 슬럼프에 빠진 타자들을 보며 "바가지 안타라도 나와야 한다"고 종종 언급한다. 막혔던 체증을 행운의 안타로 뚫어내면 의외로 손쉽게 부진을 탈출할 수 있다는 말이다. 이성열은 내야안타로 살아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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