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기범기자] '한국 멀리뛰기의 여제' 정순옥(28, 안동시청)이 무기력하게 주저앉았다.
정순옥은 27일 밤 '2011 대구세계육상선수권대회' 개막식 후 열린 여자 멀리뛰기 예선 B조에 출전, 6m18로 부진한 기록을 낸 끝에 결선진출에 실패했다. 두 차례 연속 파울에 마지막 세번째 시기에서는 성공했지만, B조에서만 14위에 머물렀다.
2011년 정순옥의 목표는 본인이 세운 한국신기록의 경신이었다. 절정의 시기를 지난 후 하락세에 접어든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구슬땀을 흘려왔다.
2009년 6월 제63회 전국육상경기선수권(6m76/한국신)과 10월 제90회 전국체전에서 연거푸 우승을 차지한 정순옥은 2010년 최고의 황금기를 맞았다. 그 해 5월 대구국제육상경기대회서 2위를 차지한 후 6월과 8월 대회서도 잇달아 대회신기록을 작성, 연속 우승을 거머쥐었다. 이어 11월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도 당당히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그야말로 2년 동안 정순옥은 아시안게임을 포함해 6개 대회에서 5회 우승, 1회 준우승이라는 금자탑을 쌓았다.
하지만 올 시즌 들어 고질적인 오른 발목 부상에 힘든 고비를 맞았다. 광저우 아시안게임 당시에도 6m53을 기록, 발목 부상 여파로 자신의 최고기록을 넘지 못했기 때문에 당시 정순옥은 금메달을 목에 걸고도 아쉬움을 숨기지 못했다. 그리고 올해 들어 정순옥은 지난 7월 제19회 아시아육상경기선수권에서 6m12로 부진하며 10위에 머물렀다.
한국 여자 멀리뛰기의 최강자로 군림하던 정순옥으로서는 다소 충격적인 부진이 아닐 수 없었다.
때문에 이번 세계선수권대회를 앞두고 상실감도 있었다. 세계최고기록은 갈리나 치스트야코바(러시아)의 7m52, 올 시즌 최고기록은 브리트니 리스(미국)의 7m19다. 메달 도전은 베스트 컨디션이라고 해도 어려운 상황이었다. 하지만 정순옥은 국내에서 열리는 세계선수권인 만큼 단단히 마음을 먹고 자신의 기록 경신에 초점을 두고 노력했다. '독종'이라는 별명답게 그에게 포기는 없었다.
하지만 부담감 탓일까. 정순옥은 정작 이날 실전 무대에서 두 차례 시도까지 잇단 파울로 불안감을 안기더니 마지막 도전에서 6m18의 부진한 기록을 내며 B조 18명 중 14위에 랭크됐다.
6m18. 결선 진출에는 실패하더라도 최소한 2010년 우승 당시의 수준으로 기록 부활을 노렸던 정순옥으로서는 아쉬움이 너무 큰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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