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필기자] 아름다운 도전이 끝났다. 오랜 부상과 재활로 힘겨운 시간을 보낸 뒤 최선을 다한 도전이었다.
'로즈란' 장미란(29, 고양시청)은 2012 런던올림픽을 준비하면서 부담을 안고 살았다. 한국이 역도에서 이렇다 할 성적을 내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모든 기대가 자신에게 쏠렸기 때문이다.
장미란은 4년 전 베이징올림픽에서 326㎏(인상 140㎏, 용상 186㎏)을 들어올려 금메달을 획득했다. 라이벌 무솽솽(중국)이 불참한 가운데 인상, 용상, 합계의 세계신기록에 자신의 이름 석 자를 올렸다.
2009년에도 장미란은 잘 나갔다. 고양세계역도선수권대회 우승으로 4연속 우승이라는 위대한 업적을 남겼다. 당시 기록한 용상 세계기록 187㎏은 누구도 깨지 못했다.
그러나 2010년 교통사고를 당한 뒤 장미란은 후유증과 싸웠다. 각종 부상이 따라와 훈련 때도 왼쪽 어깨 통증으로 애를 먹었다. 목 디스크 증상까지 나타나는 등 한동안 국제대회에 나서지 못했고 몸의 균형도 무너졌다.
그 사이 나이 어린 경쟁자들은 무섭게 치고 올라왔다. 장미란이 가지고 있던 인상 세계 기록은 타티아나 카시리나(러시아)가 148㎏을 들어올리며 갈아치웠다. 합계 기록은 중국의 저우루루가 328㎏으로 새로운 세계 기록의 주인공이 됐다.
올림픽에 초점을 맞추고 다시 일어선 장미란은 지난 4월 평택아시아선수권대회에서 290㎏(인상125㎏, 용상165㎏)을 들어올리며 우승했지만 다소 아쉬움을 남겼다. 자신의 전성기에 비하면 한참 모자란 성적이었다.
상황을 잘 알고 있는 장미란도 금메달 도전에 대해서는 명확하게 답을 주지 않았다. 그는 "내가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하는 경기를 하겠다. 경쟁자들이 상승세에 있어 좋은 경쟁을 할 것 같다"라며 조심스럽게 말해왔다.
뚜껑을 열어보니 경쟁자들은 역시 대단했다. 저우루루는 2012 런던 올림픽 여자 75㎏급 인상 1차 시기에서 142㎏, 3차 시기에서 146㎏을 들어올려 장미란의 기록을 깼다. 카시리나는 무려 151㎏을 들어올렸다.
용상에서 만회 기회가 있었지만 쉽지는 않았다. 그래도 장미란은 차분했다. 도전자의 입장으로 최선을 다했다. 마음을 비우고 바벨을 들어올렸다. 바라던 메달을 얻지는 못했지만 자신과의 약속을 지켜 낸, 인생의 또 다른 한 페이지를 아름답게 장식한 올림픽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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