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명의기자] 넥센 히어로즈의 2년차 우완투수 조상우(20)가 더 강해져서 돌아왔다. 불의의 부상으로 복귀까지 2개월이 걸렸지만, 공백이 무색할 만큼 여전한 존재감을 발휘 중이다.
지난해 넥센의 1차지명을 받고 프로에 데뷔한 조상우는 올 시즌이 돼서야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신인이던 지난해에는 주로 퓨처스리그에서 활약했고, 1군 경기는 5경기 등판이 전부였다. 퓨처스리그에서 확실히 조련한 뒤 1군에서 활용하겠다는 구단 차원의 관리였다.
공을 들인 효과가 있었다. 올 시즌 개막전 엔트리에 포함된 조상우는 기다렸다는 듯 시속 150㎞를 웃도는 강속구를 뿌리며 넥센의 필승 불펜으로 자리를 잡았다. 한현희, 손승락 외에는 확실히 믿을 만한 불펜 투수가 없었던 넥센은 조상우의 가세로 마운드의 높이가 크게 높아졌다.
그러나 불운이 조상우의 발목을 잡았다. 5월 중순, 귀가 도중 지하철에서 미끄러지며 무릎을 다친 것. 하필이면 매번 차로 출퇴근을 시켜주던 아버지가 하루 빠진 날 지하철을 이용하다 사고가 났다. 그렇게 조상우는 두 달 간 자리를 비웠다.
염경엽 감독의 배려로 부상 이후에도 1군과 동행하며 복귀를 기다리던 조상우는 지난달 7월8일 한화전에서 드디어 다시 마운드에 섰다. 1이닝 1피안타 무실점으로 성공적인 복귀전이었다. 복귀전을 포함, 7월 6경기에 등판해 조상우는 10이닝 동안 단 1점만을 내주며 평균자책점 0.90을 기록했다.
8월 첫 경기였던 1일 LG전에서 정성훈에게 역전 투런포를 내주며 패전투수가 됐지만, 홈런을 내준 후에도 끝까지 경기를 책임지며 2.1이닝 2실점을 기록했다. 피홈런 한 방이 아쉬웠을 뿐, 구위에 문제가 있었던 것은 아니다.
복귀 후에도 여전히 위력적인 공을 뿌리고 있는 조상우지만 부상으로 놓친 것도 많다. 먼저 2014 아시안게임 대표팀 승선 기회를 놓쳤다. 부상 없이 꾸준히 활약을 이어갔다면 대표팀 명단에 포함될 가능성도 있었다. 그러나 조상우의 부상으로 경험에서 앞서는 유원상이 대표팀 명단에 이름을 올리며 오른손 불펜 투수 역할을 맡게 됐다.
신인왕 경쟁에서 밀려난 것도 아쉬운 대목. 조상우는 지난해 1군 등판 경기 수가 얼마 되지 않아 아직 신인왕 자격을 갖고 있다. 5월까지만 하더라도 NC 박민우와의 경합이 예상됐지만, 현재로서는 박민우가 가장 유력한 신인왕 후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조상우는 현재 자신의 구위에 만족하며 모든 것에 초탈한 반응을 보였다. 그는 아시안게임 대표팀에 대해서 "아예 생각도 안하고 있었다"며 신인왕에 대해서도 "이미 오래 전에 포기했다. 공백이 길었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이제 조상우는 팀에 보탬이 되겠다는 생각뿐이다. 조상우는 "다치기 전보다 공이 더 좋아진 것 같다. 전에는 힘만 믿고 던졌는데, 이제는 변화구로 카운트도 잡고 완급조절이 되고 있다"며 "필승조라기보다 팀이 필요할 때 언제든 등판할 수 있는 투수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부상 전까지 3승5홀드 평균자책점 3.13을 기록 중이던 조상우의 부상 복귀 후 성적은 1패1홀드 평균자책점 2.19다. 염경엽 감독은 더 강해져서 돌아온 조상우를 차기 마무리 투수 후보로도 생각하고 있다. 그만큼 조상우는 넥센 마운드에 없어서는 안될 존재로 성장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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