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답하라 1988', 망한다는 전제가 의미하는 뚝심(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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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한다는 전제 하에 하고 싶은 걸 했다"

[정병근기자] 망한다는 전제 하에 결과를 신경 쓰기보다 하고 싶은 걸 하는 것 만큼 무서운 게 또 있을까. '응답하라 1988'이 그렇다.

5일 오후 서울 여의도에 위치한 한 식당에서 tvN '응답하라 1988'(이하 '응팔') 기자간담회가 개최됐다. 연출을 맡은 신원호 PD가 참석했다. 앞선 두 시리즈를 성공으로 이끈 그는 '응팔'에 대해선 "잘 될 거라고 기대하지 않는다. 망한다는 전제 하에 촬영하고 있다"고 밝혔다.

신원호 PD는 왜 망한다고 전제했나

신원호 PD가 망한다는 전제한 이유는 세 번째 시리즈물이 잘 된 경우가 거의 없는데다 시선을 끌 만한 자극적인 소재가 없기 때문이다.

그는 "이 시리즈는 저희 마음대로 멈출 수 없다. 망할 때까지 해야겠구나. 그런 전제 하에 시작했다"며 "두 번째는 영화건 드라마건 세 번째 시리즈가 잘 된 경우가 별로 없다. 망할 거라고 생각하니 시청률에 연연해 할 필요가 없더라. 하고 싶은 걸 하자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응팔' 제작진이 하고 싶은 건 쌍팔년도 쌍문동, 한 골목 다섯 가족의 왁자지껄한 이야기를 통해 '따뜻한 정'을 전달하는 일이다.

신 PD는 "요즘 드라마가 다 세련되고 엣지있고 멋있고 그렇다. 그 중에 촌스러운 드라마 있으면 어떨까 싶었다. 그런 드라마라면 많지 않은 사람에게 다가갈지는 몰라도 임팩트 있게 만들자고 생각했다. 자극적인 사건은 없지만 잔잔한 감동을 줄 수 있는 에피소드들이 있다"고 했다.

'응답하라 1988'이 시대상을 담아내는 방법

'응답하라' 시리즈의 특징은 당시의 주요 사건들 한가운데 인물들을 배치시키지 않고 주변에 서서 시대상을 담아내다는 점이다. 큰 사건이 극 중심에 들어와 버리면 본래 하고자 했던 얘기의 본질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생각에서다. '응팔'도 마찬가지다.

'응팔'의 주요 배경은 쌍문동 골목길이다. "특이하지도 못살지도 잘살지도 않는 평균적인 동네"라고 생각해 정했다.

신 PD는 "들으면 이름은 알 것 같은 동네 그리고 주변에 그곳에 사는 분이 있어서 고증을 할 수 있는 그런 동네여야 했다"며 "저에게 쌍문동은 익숙하다. '올드 미스 다이어리' 배경이 쌍문동이라 그때의 느낌이 좋은 기억으로 남아있었다. 그리고 이름도 정겹지 않나"라고 설명했다.

골목길인 이유에 대해서는 "중심이 되는 배경이 골목길이고 거기에 살고 있는 다섯 가족이 극을 끌고 간다. 골목길에 대한 에세이를 많이 봤다. 거기서 오가는 정들이 있다. 이런 따뜻한 정들이 그리운 분들도 있지 않을까 해서 배경을 이렇게 잡았다"고 했다.

등장 인물들은 1988년 당시의 주요 사건들에 멀찌감치 떨어져 있다. 사건 안으로 깊숙하게 들어가면 보여주기에는 좋지만 '응팔'은 가는 길이 다르다. 시청자들의 눈길을 확 끌 만한 소재는 없지만, 제작진은 일반적인 평균 사람들이 겪은 경험들을 이야기하고 싶었다.

27년 전을 얼마나 재현할 수 있을까

'응답하라' 시리즈의 가장 큰 강점은 디테일한 소품들 하나까지 완벽하게 재현해냈다는 데 있다. 그래서 이번 시리즈는 더 고되다. 1997년, 1994년은 신원호 PD를 비롯해 제작진이 성인으로 사히를 경험한 시대지만 1988년엔 너무 어렸다.

신원호 PD는 "주변 아는 사람 그리고 또 그들이 아는 사람들을 인터뷰 했다. 양만 해도 어마어마하다. 오래 전이다 보니 얘기가 다른 경우도 많다. 다 자기 기억이 맞다고 하더라. 어떻게 하지 싶더라. 결국 케이스 바이 케이스다. 모든 사람 기억에 다 맞춰줄 순 없었다"고 했다.

소품을 구하는 것도 만만치 않았다. 세트를 짓지 않고 쌍문동 골목길에 27년 전 환경을 만든다는 건 어려운 일이다. 그래서 신 PD는 "소품 미술팀에게 마음 깊이 미안하고 고맙다"고 했다.

그는 "복고의 콘텐츠들이 많이 나오다 보니 만화책 한 권을 구하려고 해도 20만원 그런 식이다. 야외에 나가면 요즘 자동차들이 다 주차돼 있고 주택엔 새 주소가 붙어 있고 그렇다. 막아 놓고 촬영을 할 수도 없다. 이전보다 장소를 줄이긴 했는데 가장 어려운 부분"이라고 했다.

소품들로 인해 재미있는 에피소드들도 있다. 처음 보는 소품들이 나오면 어떤 것인지 어떻게 사용해야 하는지 공부해야 하는 것.

신 PD는 "새로운 소품이 등장할 때마다 연기자들도 신기해 하고 재미있어 한다. 조작법에 들어갔을 때 난항을 겪긴 한다. 나도 모르는 소품이 등장할 땐 일단 접고 다시 공부해서 오자고 하는 신도 있다. 현장에서 그런 재미는 있다"고 설명했다.

명불허전 응답하라 시리즈의 OST

제작진이 가장 고마운 건 음악이다. 신 PD는 "응답하라 시리즈가 가장 큰 빚을 지고 있는 건 음악"이라고 했다. 소품도 추억을 불러오는 장치지만 각자 다른 곳에서 다른 경험을 한 사람들 모두에게 공통되는 게 음악이기 때문이다.

신 PD는 "새삼스러운 게 이렇게 다양한 음악이 받은 시대가 있었구나 싶을 정도다. '가요 톱10' 1위곡만 봐도 정말 다양한 장르가 사랑을 받았더라"며 "응답하라 시리즈는 음악에 많은 빚을 지고 있다. 음악을 사용해야 하는 입장에서 이번 시리즈는 행복하다"고 했다.

'응답하라' 시리즈는 그간 수많은 명곡들을 재조명받게 하는 역할을 해왔다. 이번 시리즈에서도 다양한 음악들이 나올 예정이다.

신 PD는 "젊은 친구들은 모르는 노래도 많겠지만 명곡은 세월이 지나도 힘이 있다. 사람들의 기억에 없는 곡이라도 그 힘을 믿고 있다. 분위기에 맞는 곡을 쓰고 있다. 곡의 범위가 넓어 편집하면서 행복하다. 음질이 다소 떨어지는 게 고민이긴 하다"고 했다.

'응팔'은 6일 저녁 7시 50분에 첫 방송된다. 총 20부작이다.

조이뉴스24 정병근기자 kafka@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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