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NOW] 제작비 줄고 검수시간 늘고⋯'AI 시대' 방송가 달라진 환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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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텐츠 곳곳 숨어든 AI⋯자막·OST·목소리 재현도
KBS 'AI 방송혁신단', EBS 'AI지식콘텐츠부' 신설

[조이뉴스24 김양수 기자] 방송가에 AI 바람이 불고 있다. 단순 특수효과(CG) 수준이던 기술은 이제 현장의 판도를 바꾸는 '키'가 됐다. 최근 AI 기술은 대규모 전투신 구현, OST 제작, 과거 영상 복원과 목소리 재현까지 방송 제작 전방위로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드라마 제작 현장에서 나타난다. 치솟는 제작비와 물리적 한계를 넘기 위한 대안으로 AI가 전면에 나섰다. SBS '김부장' 2회 오프닝에 등장한 3분 가량의 차량 추격, 총격, 폭파 장면은 한국 드라마 최초의 '풀 AI 시퀀스'다. 실제 촬영 없이 AI 영상 생성과 편집 기술로 구현됐다. 덕분에 제작비 역시 60% 가까이 절감됐다.

'김부장' '신병4'에 활용된 AI 기술 [사진=SBS, ENA ]
'김부장' '신병4'에 활용된 AI 기술 [사진=SBS, ENA ]

ENA '신병4 : 사보타주' 2회에는 상상 속 전쟁신이 등장했다. '태극기 휘날리며'를 연상시키는 이 장면에 대해 민진기 PD는 "장면의 몰입감과 코미디 요소를 강화하기 위해 AI를 활용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앞서 KBS는 단막극 '늑대가 사라진 밤에'에서 실제 개에 AI 영상 변환기술을 입혀 늑대의 움직임과 표정을 구현했다. 11월 방송을 앞둔 대하사극 '문무'에서는 주필산·매소성·기벌포 전투 등 막대한 엑스트라와 미술비가 소요되는 핵심 전투신에 AI 기술을 집중 투입한다. 역사왜곡 논란을 잠재우기 위해 고증 과정에도 AI 기술이 투입된다. KBS는 전통 복식 300벌을 3D 스캔해 디지털 라이브러리를 구축하는 '사극 자산 디지털 아카이빙 사업'을 추진 중이다.

예능 분야에서도 AI를 적극 받아들이는 모양새다. 요즘 예능에 삽입된 OST의 대다수는 AI 생성 앱으로 제작된 음원이다. 출연자의 목소리를 학습시켜 오디오를 생성, 삽입하는 작업도 보편화됐다. MBC는 지난해 '신인감독 김연경'에서 생성형 AI로 스포츠 촬영의 한계를 보완했으며, 시즌2에도 AI 기술을 적극 활용할 계획이다.

'김부장' '신병4'에 활용된 AI 기술 [사진=SBS, ENA ]
오뒷세이아 [사진=EBS ]
'김부장' '신병4'에 활용된 AI 기술 [사진=SBS, ENA ]
'역사 스페셜' 호랑이를 잡아라! 조선 특수부대 착호갑사 편 [사진=KBS ]

역사 다큐에서는 시공간의 벽을 허무는 복원 도구로 자리 잡았다. KBS '역사스페셜-시간여행자'는 살수·귀주·한산도 대첩의 전장과 1300년 전 실크로드 고대 도시, 일본 하루나산 분화의 순간을 생생히 되살려냈다. KBS '다큐인사이트'는 3.1운동과 광복절 특집에서 과거 훼손된 필름과 음성을 복원했고, 다양한 과거 기록물을 입체적으로 선보였다.

AI를 전면에 내세운 프로그램도 적지 않다. AI로 숏폼을 제작해 대결하는 '맡겨만 주십숏'(ENA, 25일 첫방), 역사적 격전지를 AI 영상으로 복원하는 역사 예능 '결이 다른 전쟁사'(10월, ENA)가 방송을 앞두고 있다. EBS는 전편을 100% AI로 제작한 'AI 단편극장'을 시작으로 'AI 드라마-부활수업', 'AI 고전 - 역사를 바꾼 100책' 등 드라마부터 다큐까지 전방위로 AI를 적극 활용해 제작 중이다.

이중 'AI 고전 - 역사를 바꾼 100책'의 '오뒷세이아' 편은 뜨거운 호평을 받았다. '오뒷세이아' 편은 호메로스가 직접 구술하는 '강의형' 포맷으로 제작 효율을 극대화했다.

오정호 EBS AI지식콘텐츠부장은 "이미지를 반복 활용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AI 콘텐츠가 바로 강의형"이라며 "한 권을 10편으로 기획해 전체 제작비를 크게 낮췄고, 사람들이 생각하는 금액보다 훨씬 적은 비용으로 고품질 콘텐츠를 만들 수 있었다"고 밝혔다.

이 외에도 KBS의 월드컵 중계 실시간 AI 자막·화면 해설, SBS의 후반작업 자동화 기술 'AI 리무버', MBC의 AI 음성 라디오 뉴스 제작 등이 AI를 활용한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제작비 절감 확실하지만, 감수 시간 늘어"⋯달라진 제작 환경

최근 방송사들은 전담 TF팀을 신설해 AI를 제작 시스템의 핵심 동력으로 활용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KBS는 'AI 방송혁신단', EBS는 'AI지식콘텐츠부'를 신설해 공격적인 실험을 이어가고 있다.

AI 도입으로 제작 공정은 획기적으로 변화했다. "AI 변화가 빨라 진화보다는 '탈피'나 '변신'에 가까운 충격"이라고 밝힌 오정호 EBS AI지식콘텐츠부장은 "3D 모델링, 리깅, 채색, 렌더링 작업이 필요 없고 더빙과 립싱크, 음악, 효과 작업도 연출자 혼자서 쉽게 할 수 있게 됐다"며 "원화의 일관성과 정교함을 일부 양보하더라도 경제적 관점에서는 기존 제작 방식 대비 확실한 비교우위가 있다"고 짚었다.

서영우 KBS AI방송혁신단장 역시 "AI는 방송 제작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는 중요한 도구"라며 "AI가 자료 조사와 정리, 자막, 번역, 영상·음성 처리, 반복적인 후반작업 등을 지원하면 제작자는 그만큼 콘텐츠의 기획이나 취재, 스토리텔링, 연출에 더 많은 시간을 투입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제작비와 공정이 줄어든 자리를 채우는 건 감수와 검증이다. 과거 방송작가와 연출 중심의 구조는 이제 스토리 크리에이터와 연출자, 프로듀서, 감수자 등 4단계로 재편됐다.

작가는 AI와 상호작용하며 글을 쓰는 스토리 크리에이터가 됐고, AI는 자료조사와 번역, 자막 작업, 아카이브 및 이미지 검색 등에 활용된다. 상당히 많은 업무의 주체가 AI로 대체됐다.

반면 새롭게 추가된 공정도 있다. 원고와 영상 속 역사적 왜곡이나 오류를 바로잡는 감수 작업에는 이전보다 훨씬 많은 전문 인력과 시간이 투입되고 있다. 오 부장은 "'모비 딕' 편 검수에는 100시간 이상을 투입했다"면서 "제작비만 충분하다면 다양한 전문가를 더 투입하고 싶은 마음"이라고 털어놨다.

서 단장 역시 사람의 통제와 책임의 중요성을 분명히 했다. 서 단장은 "AI 도입 목적은 특정한 제작비 절감이나 인력 감축, '100% AI 제작' 자체가 아니라 제작자가 본질적인 창작 업무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라며 "방송 콘텐츠는 사실성, 저작권, 신뢰성, 윤리적 판단 등 사람이 최종적으로 책임져야 할 영역이 많다"고 짚었다. 이어 "결국 앞으로는 'AI가 방송을 만드는 시대'가 아니라 '방송인이 AI와 함께 제작하는 시대'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방송가의 AI 도입은 이제 선택이 아닌 생존을 위한 필수 전략이다. 하지만 콘텐츠의 완성도와 신뢰성을 담보하기 위한 제작진의 검증은 여전히 남겨진 과제다. AI의 혁신적인 기술 위에 인간 창작자의 디테일을 더한 K-콘텐츠가 어떤 새로운 도약을 이뤄낼지 기대가 모아진다.

/김양수 기자(liang@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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